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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시작해야죠"…화마에 공장 잃은 장애인단체 안간힘

입력 : 2021.03.03 14:33|수정 : 2021.03.03 14:34


"빨리 공장을 다시 가동하기 위해 중고기계를 알아보고 있습니다. 다시 시작해봐야죠."

갑작스러운 화재로 1층짜리 공장 1개 동과 생산설비, 원자재 등이 타는 피해를 본 한국근로장애인진흥회의 윤기상(59) 대표는 3일 담담한 목소리로 이같이 말했다.

전날 오전 10시 16분께 이 단체가 운영하는 인천시 서구 당하동 한 화장지 제조 공장에서 불이 나 5시간 50분 만에 완전히 꺼졌으나 피해는 컸다.

한국근로장애인진흥회의 공장 2개 동 중 1개 동 700㎡가 완전히 탔으며 주변 다른 공장 3개 동도 일부 그을리는 등 피해를 봤다.

70대 근로자 A씨가 공장에 있던 물품을 밖으로 꺼내다가 다리를 다쳐 인근 병원으로 옮겨지기도 했다.

불에 탄 공장은 장애인복지단체인 한국근로장애인진흥회가 사회적기업 인증을 받은 뒤 취약계층을 고용해 운영하던 곳이라 안타까움을 더했다.

공장은 중증장애인, 노인, 청년실업자 등 취약계층 45명가량의 일터로, 화장지를 직접 생산해서 조달청 등을 통해 공공기관 등에 판매해왔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속에서도 휴업이나 재택근무 없이 직원들의 월급을 100% 지급해왔으나 갑작스러운 화재는 공장을 멈추게 했다.

소방당국은 이번 화재의 재산 피해 규모를 7천600만원으로 추산했으나 윤 대표는 실제 피해액은 15억원에 달한다고 설명했다.

공장이 샌드위치 패널 구조인데다 원재료인 종이와 화장지 등 가연성 물질이 많아 불길은 삽시간에 번졌고 완전히 진화되는데도 많은 시간이 걸렸다.

그러나 윤 대표는 좌절하지 않고 다시 중고 기계를 알아보는 등 조속히 공장 가동을 재개하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

근로자 중 장애인이 상당수라 시간이 지나면 공장 가동이 불가능할 수도 있다는 판단 때문에 윤 대표는 서둘러 복구에 나섰다.

윤 대표는 "지적장애인들은 가르쳤던 것을 금방 잊어버릴 수 있어 그동안 코로나19 사태 속에서도 휴업하지 않았다"며 "사업의 연속성이 떨어지면 일자리가 영원히 사라질 수도 있는 만큼 최대한 빨리 공장을 가동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늦어도 2주 안에는 생산시설이 돌아갈 수 있게 중고기계와 빈 공장 등을 다방면으로 알아보고 있다"며 "그동안 국가지원금 없이도 성장해온 것만큼 다시 열심히 해보려고 한다"고 말했다.

한국근로장애인진흥회는 2010년 4월 설립됐다.

같은 해 11월 중증장애인 생산품 시설로 지정됐고, 12월에는 사회적 기업 인증을 받았다.

2013년 8월에는 인천시 최우수 사회적기업으로 선정됐으며 2014년 7월에는 고용노동부 장관과 중소기업청장의 표창을 받기도 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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