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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야한 닉슨 얘기 꺼내지도 말라"…트럼프, 분노·혼란의 임기 말

입력 : 2021.01.16 02:22|수정 : 2021.01.16 02:22


오는 20일 퇴임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분노와 혼란 속에 우울한 임기 말을 보내는 모양새다.

내란 선동이라는 무시무시한 혐의로 하원의 탄핵소추를 당해 퇴임 후 상원의 심리를 받아야 할 처지인데다 참모들마저 곁을 떠나며 극도로 고립된 형국이다.

작년 11월 대선 패배를 부정선거의 결과라고 주장하며 불복한 이래 여론의 눈총을 받았지만, 결정타는 지난 6일 시위대의 의회 난동 사건이었다.

트럼프 대통령 지지 시위대는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의 승리 확정 회의가 열린 의회에 난입했고, 결국 5명이 숨지는 참사를 초래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곧바로 시위대를 선동했다는 비난론에 휩싸였다.

각료와 백악관 참모들이 반발하며 사직하기 시작했고, 트위터와 페이스북은 계정을 정지하며 트럼프의 강력한 무기였던 소통 수단을 아예 막아버렸다.

트럼프 대통령은 두 번째로 의회의 탄핵심판대에 올려졌고, 일부 공화당 의원으로부터 자진 사퇴 압박까지 받았다.

15일(현지시간) CNN방송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한 참모와 욕설 섞인 대화에서 리처드 닉슨 전 대통령을 다시는 언급하지 말라고 했다고 한다.

닉슨은 대선 경쟁 캠프의 도청을 시도하려 한 '워터게이트 사건'으로 하원 탄핵소추 표결 직전인 1974년 8월 자진 사퇴한 대통령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의회 난동 사태 후 사임 요구에 직면한 가운데 백악관에서 '닉슨'을 금기어로 만들어버린 것이다.

닉슨은 하야할 때 제럴드 포드 당시 부통령이 자신을 사면하도록 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마이크 펜스 부통령이 이런 일을 해줄 것이라고 기대할 수 없다는 말도 했다고 한다.

이에 따라 트럼프 대통령이 퇴임 후 직면할 각종 소송과 조사에 대한 면책을 받기 위해 '셀프 사면' 조처를 고민한다는 보도가 잇따르지만 실행 가능성을 두고선 엇갈린 전망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상원의 탄핵 심판에 대응할 변호인단도 구성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는 부통령이 의회의 바이든 당선 인증을 막을 수 있다며 현실성 없는 조언을 한 보수성향 변호사 존 이스트먼이 포함됐지만, 불복 소송을 이끈 루디 줄리아니와는 사실상 결별한 것으로 전해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20일 바이든 당선인의 취임식에 불참하고 곧바로 거주지인 플로리다로 이동할 예정인 가운데 상당한 규모의 지지자들이 참석하는 군대 스타일의 환송 행사를 요청했고, 이를 조직하는 것이 트럼프 팀의 마지막 임무 중 하나라고 CNN은 전했다.

참모들은 재임 중 업적을 보여줄 고별 연설을 하자고 간청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무관심한 채 언질을 주지 않고 있다고 한다.

또 역대 대통령은 백악관을 떠날 때 후임자를 위해 집무실에 편지를 남겨두는 전통이 있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이 편지를 쓸지 아직 결정하지 못했다고 CNN은 전했다.

이와 함께 트럼프 대통령이 바이든 당선인과 접촉 없이 백악관을 떠남에 따라 핵가방을 전달하는 데 어려움이 생길 수 있다는 예상도 있다.

무게 45파운드(20kg)의 핵가방은 핵공격 결정을 대비해 항상 대통령 주변에 있어야 한다.

CNN은 핵가방이 여러 개 있기 때문에 바이든 당선인의 임기 개시 시점인 20일 낮 12시에 맞춰 바이든의 핵가방 코드가 작동하도록 하는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당국자 설명을 전했다.

CNN은 "트럼프 대통령은 두 번째 탄핵을 헤쳐나가며 음침한 적막감 속에 한때 측근들로부터도 점점 고립되고 있다"며 "더는 대통령이 아닐 때 그를 기다릴지도 모를 법적, 재정적 재앙에 대한 우려가 점점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로이터통신은 "트럼프 대통령의 마지막 나날은 분노와 혼란으로 기록됐다고 소식통들이 전한다"며 "참모들은 분노하고 고립된 대통령을 억제하기 위해 몸부림치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연합뉴스/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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