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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존처리 마치고 미국 돌아갈 우리 금박 병풍 '해학반도도' 공개

권태훈 기자

입력 : 2020.12.03 10:12|수정 : 2020.12.03 10:12


보존처리 완료한 미국 데이턴미술관 소장 해학반도도 (사진=문화재청 제공, 연합뉴스)
넘실대는 파도와 대나무, 소나무로 꾸며진 선경 속에서 백학 여섯 마리가 노닐고 있습니다.

복숭아나무에는 유난히 탐스럽고 큰 열매가 달려 있습니다.

하늘에는 상서로운 푸른 구름과 선명한 붉은빛의 해가 떠 있고, 그림의 배경 전반은 3×3cm 크기의 금박 수백개로 치장돼 있습니다.

이 그림은 미국 오하이오주 데이턴미술관이 소장한 우리나라 병풍 '해학반도도'(海鶴蟠桃圖)입니다.

해학반도도는 장수를 상징하는 십장생도의 소재 중 바다, 학과 복숭아를 강조해 그린 그림을 말합니다.

조선 말기에 궁중에서 유행해 왕세자의 혼례를 비롯한 다양한 행사를 위해 여러 점 제작됐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현재 미국에 있는 두 점을 포함해 10여점이 전해집니다.

데이턴미술관 소장 해학반도도가 국내에서 복원작업을 끝마치고 미국으로 돌아가기에 앞서 일반에 공개됩니다.

국립고궁박물관과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은 보존처리를 마친 해학반도도를 특별전 '해학반도도, 다시 날아오른 학'을 통해 오는 4일부터 내년 1월 10일까지 국립고궁박물관에서 선보인다고 3일 밝혔습니다.

이번에 공개되는 해학반도도는 병풍 전체 크기가 가로 780㎝, 세로 244.5㎝에 달합니다.

그림의 크기만도 가로 720.5㎝, 세로 210㎝입니다.

지난 2006∼2007년 국내에서 보존처리 후 돌아간 미국 호놀룰루아카데미미술관 소장 해학반도도(병풍 크기 가로 7m, 세로 2.7m)보다도 더 큽니다.

제작 시기는 19세기 말∼20세기 초로 추정됩니다.

이 작품은 미국인 찰스 굿리치가 1920년대 자신의 서재를 꾸미기 위해 구매했고, 그의 사후인 1941년 조카가 데이턴미술관에 기증했습니다.

굿리치가 이 그림을 어디에서 입수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미술관이 입수했을 당시에는 금박으로 인해 일본 회화로 알려졌고, 1958년 한 미술사학자가 16∼17세기 중국 작품으로 재정의하며 한동안은 중국 그림으로 인식되기도 했습니다.

그러다 2017년 이도 미사토 일본 교토공예섬유대학 교수와 김수진 미 하버드대 옌칭연구소 연구원(현 성균관대 초빙교수)이 현지 조사를 진행해 한국 작품으로 분류했습니다.

작품의 크기, 바탕으로 비단을 사용한 점, 십장생 주제, 12폭 병풍 형식이란 점이 그 이유였습니다.

김수진 교수는 "우리나라 회화유물 중 금박을 배경 전반에 붙여 대형 병풍으로 제작한 작품은 지금까지 호놀룰루아카데미미술관과 데이턴미술관이 소장한 두 점만 전한다"고 밝혔습니다.

(사진=문화재청 제공,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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