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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신 희소식 잇따르지만…잘 사는 나라만 웃는다

김영아 기자

입력 : 2020.11.17 16:52|수정 : 2020.11.17 16:52


미국 제약회사 화이자에 이어 모더나도 코로나19 백신 후보의 예방효과가 높다는 임상시험 중간 결과를 내놨습니다.

이에 따라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극복의 실마리가 마련됐다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실제로 이들 제약사 백신이 전 세계 코로나19 환자에게 안정적으로 공급되기까진 해결해야 할 과제가 적지 않습니다.

가장 큰 걸림돌은 큰 비용입니다.

모더나는 지난 여름 자사 백신 1회 접종분 가격을 4만1천 원으로 책정했습니다.

화이자 백신은 1회 접종분 가격이 2만2천 원으로 모더나보다 저렴하지만, 영하 70도의 초저온에서 보관해야 해 유통비용이 큽니다.

미 CBS방송에 따르면 이 백신을 보관할 초저온 냉동고는 1대 가격이 약 2천200만 원에 달합니다.

이런 시설이 부족한 국가나 구매 여력이 없는 병원은 백신이 나와도 공급받을 길이 없습니다.

이 때문에 두 제약사에서 생산하는 백신 물량 대부분은 고비용을 감당할 수 있는 부국에 갈 예정입니다.

화이자는 현재까지 미국, 유럽연합(EU), 캐나다, 일본, 영국에 백신 총 11억 회 접종분을 판매하기로 계약한 상태입니다.

화이자는 2021년까지 백신 13억 회 접종분을 생산할 계획인데, 내년 안에 생산되는 백신 물량 대부분을 부국들이 가져가는 셈입니다.

모더나 역시 2021년 안에 백신 5억∼10억 회 접종분을 생산할 수 있다고 밝혔지만 현재까지 부국들이 물량 대부분을 선주문한 상태입니다.

앰네스티 인터내셔널에 따르면 미국은 모더나 백신 1억 회 접종분을 선주문했고, 추후에 5억 회분을 추가로 주문할 수 있는 옵션계약도 체결했습니다.

캐나다는 5천600만, 일본은 5천만, 유럽연합은 1억6천만 회 접종분을 이미 확보했습니다.

미 듀크대학교 글로벌 보건 연구소는 최근 연구를 통해 2024년에야 전 세계 인구에 충분한 백신이 공급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일부 부국을 제외한 대다수 나라는 백신 균등 공급을 목표로 추진되는 다국가 연합체인 '코박스'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실정입니다.

코박스는 세계백신면역연합(Gavi), 세계보건기구(WHO), 감염병혁신연합(CEPI) 등이 코로나19 백신에 대한 공평한 접근을 목표로 추진하고 있습니다.

코박스 가입국들은 2021년 말까지 총 2회에 걸쳐 각국에 인구의 20%에 달하는 백신 물량을 공급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하지만 현재까지 6개 제약사와 백신 대량 공급 계약을 맺은 미국은 코박스 가입국이 아닙니다.

듀크대 연구진은 미국이 주문 분량을 모두 확보하면 전 세계 백신 물량의 4분의 1을 통제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미국이 백신 지원을 외교협상의 지렛대로 활용하며 자국의 이익을 도모할 수 있다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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