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차 사기단에 상대적으로 처벌 수위가 높은 형법상 '범죄집단' 법리를 적용해 유죄로 판단한 첫 사례가 나왔습니다.
대법원 1부(주심 김선수 대법관)는 사기·범죄단체조직 등 혐의로 기소된 중고차 판매원 A씨 등 22명의 상고심에서 범죄단체조직 혐의에 대해 무죄로 판결한 원심을 깨고 유죄 취지로 사건을 인천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20일 밝혔습니다.
A씨 등은 인터넷 사이트에 실제 매물이 아닌 미끼 중고차량을 올려 계약을 체결한 뒤 차량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며 다른 차량을 비싼 가격에 떠넘긴 혐의 등으로 재판을 받아왔습니다.
이들은 조직 대표인 A씨를 정점으로 팀장·딜러 등으로 각자 역할을 나누고 사기 범행을 반복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이들은 출퇴근 시간에 맞춰 일하고 무단결근을 하면 대표로부터 질타를 당하기도 했습니다.
A씨를 정점으로 텔레그램 등을 통해 업무지시가 이뤄졌고 매일 실적 체크도 이뤄졌습니다.
A씨는 조직을 탈퇴하려는 조직원에게 "중고차 관련 일을 하지 못하게 하겠다"고 협박을 해 집단 이탈을 강제로 막은 정황도 확인됐습니다.
검찰은 이들을 '범죄집단'으로 보고 형법 114조의 범죄단체조직 혐의를 적용해 재판에 넘겼습니다.
'범죄단체조직죄'는 '사형이나 무기징역·4년 이상의 징역에 해당하는 범죄를 목적으로 하는 단체나 집단을 조직한 경우'에 성립합니다.
함께 적용된 사기죄 형량이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인 점에 비춰보면 처벌 수위가 상대적으로 높습니다.
과거 형법 114조는 '범죄단체'에 대한 처벌 근거만 명시했습니다.
그러나 범죄단체 수준까지는 아니어도 위험성이 큰 조직에 대한 처벌이 쉽지 않다는 지적을 반영해 2013년 4월 혐의 적용 대상에 '범죄집단'을 추가했습니다.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범죄집단은 범죄단체와 달리 최소한의 통솔체계를 갖출 필요는 없고 범죄의 계획·실행을 쉽게 할 정도의 조직만 갖추면 됩니다.
1심과 2심은 이들의 사기·사기 방조 등 혐의는 인정했지만 범죄단체조직 혐의는 무죄로 봤습니다.
이들이 역할을 분담해 범행을 저지른 점은 인정했지만 서로 친분을 바탕으로 팀이 결성됐다는 점에서 범죄집단으로 단정하기 어렵다고 본 것입니다.
조직 대표 A씨가 자신의 팀이 아닌 다른 팀의 활동에 구체적으로 개입한 사실이 드러나지 않는 점, 범행 수익금이 모든 사람에게 배분되지 않은 점도 이유가 됐습니다.
그러나 대법원은 이들을 '범죄집단'으로 볼 수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외부사무실에 근무한 직원들의 수, 직책·역할 분담, 범행 수법, 수익분배 구조 등에 비춰 이들이 사기 범행이라는 공동 목적 아래 일을 했다고 본 것입니다.
재판부는 "이들은 대표·팀장·출동조·전화상담원 등 정해진 역할분담에 따라 행동했다는 점에서 사기 범행을 반복적으로 실행하는 체계를 갖춘 결합체, 즉 범죄를 목적으로 하는 집단에 해당한다"고 판시했습니다.
대법원 관계자는 "2013년 형법 114조에 '범죄집단'이 추가된 이후 이 법리를 적용해 유죄 취지로 판결한 첫 사례"라고 밝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