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뉴스

뉴스 > 사회

지하차도 유족 "말단 공무원 몇 명 처벌하는 거로 끝내면 안 돼"

유영규 기자

입력 : 2020.07.30 16:10|수정 : 2020.07.30 16:10


▲ 부산 지하차도 참사 현장에서 철저한 진상규명 요구하고 있는 희생자의 유족

3명이 숨진 부산 동구 초량 지하차도 참사 현장을 찾은 한 희생자 유족은 "이번 참사로 하위 공무원 몇 명 처벌하는 걸 원치 않으며 고위 공무원이 사고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지난 23일 호우경보 발효로 시간당 80㎜ 이상 폭우가 쏟아져 침수된 지하차도에 갇혀 숨진 50대 남성의 동생 A씨는 오늘(30일) 부산 동구 초량 제1지하차도에서 진행된 경찰 정밀감식에서 이같이 말하며 눈물을 보였습니다.

현장을 둘러본 A씨는 "지하차도로 앞차가 들어가니 형님도 자연스럽게 따라갔을 것 같다"며 "사고 이유가 궁금했지만, 그동안 겁이 나서 뉴스조차 보지 못했는데 이곳에 와서 보니 얼마나 위험한지 알게 됐다"고 말했습니다.

A씨는 "공정하고 객관적으로 무엇이 잘못된 것인지 명확하게 이야기해야 한다"며 "말단 공무원 몇 명이 처벌되는 것은 원치 않고 고위 공무원이 책임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앞서 27일 부산시청을 찾아 변성완 권한대행을 만나려다가 문전박대를 당했던 A씨는 "오늘이라도 부산시 관계자가 나와 위로의 한마디라도 해줄 것이라고 기대했지만 허사였다"고 허탈해했습니다.

부산 지하차도 참사 현장 정밀감식 나선 경찰과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관계자들
A씨는 참사 원인과 책임을 규명에 나선 경찰에 철저한 수사를 당부했습니다.

A씨는 "당시 지하차도에서는 구조될 것 같은 분위기였고 주변 사람들도 지켜보고 있었다고 했다"며 "5분 거리에 동구청과 119 센터 등이 다 있는데 어떻게 부산 시내에서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는가"라고 흐느꼈습니다.

이어 "소방대원이 구조 장비가 없어서 가지러 갔다는데 기본적으로 갖추고 있어야 하는 것 아니냐"며 "(경찰 수사로) 이런 부분이 잘 밝혀져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A씨는 사고 현장을 둘러보며 울분을 참지 못하고 소리를 질러 주위를 숙연케 했습니다.

A씨 등 지하차도 침수 사고 사망자 3명의 유족은 각자 또는 공동으로 변호사를 선임해 부산시와 동구 등을 상대로 민사소송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이번 사고는 지하차도 관리 책임이 있는 지자체가 기상 특보 발효 전후 감시원 배치, 지하차도 통제 등 일련의 안전 매뉴얼을 지키지 않아 발생한 인재라는 지적이 높습니다.

경찰은 지자체 담당 공무원과 책임자 등을 상대로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를 적용할 수 있는지를 수사하고 있습니다.

(사진=연합뉴스) 
SBS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