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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 유튜버 '개성아낙'…"112 신고 때도 월북 제보했다"

유영규 기자

입력 : 2020.07.30 13:47|수정 : 2020.07.30 16:53


인천 강화도에서 월북한 20대 북한 이탈 주민(탈북민)에게 최근까지 차량을 빌려준 지인 여성이 피해자 조사를 받기 위해 경찰에 출석했습니다.

경찰에 따르면 최근 월북한 탈북민 김 모(24) 씨의 지인 A(여) 씨는 오늘(30일) 오후 1시쯤 경기 김포경찰서에 출석해 차량 절도 신고와 관련한 피해자로 조사를 받았습니다.

A 씨는 '개성아낙'이라는 이름으로 개인방송을 하는 유튜버이며 그 역시 탈북민입니다.

평소 김 씨와 가깝게 알고 지낸 A 씨는 김 씨가 월북할 무렵인 이달 18일 "아는 동생(김 씨)이 차량을 빌려 간 후 돌려주지 않는다"며 4차례 112 신고를 했습니다.

20대 탈북민이 월북 전 이용한 지인 차량
그는 2017년 아는 언니로부터 산 중고 K3 승용차를 개인적인 이유 때문에 김 씨 명의로 등록해뒀으나 차량을 돌려받지 못하자 경찰에 신고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A 씨는 1시간 30분가량 조사를 받고 경찰서에서 나온 뒤 취재진에 "저는 피해자다라고 (조사에서) 주장을 했다"며 "착한 친구(김 씨)여서 믿고 '너 명의로 잠깐만 해 놓자. (개인적인 일이) 끝나면 가져올게'라고 했는데 이달 17일 오전에 그 친구가 사라지고 평소에 제가 갖고 있던 차 열쇠도 없어졌다"고 말했습니다.

김 씨는 A 씨로부터 빌린 K3 차량을 운전해 이달 17일 강화도를 찾았다가 자택이 있는 김포로 돌아간 것으로 확인돼 월북 전 사전 답사를 한 것으로 추정됐습니다.

해당 차량은 김 씨의 월북 사실이 알려진 이후 경찰이 그의 행적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경기도 고양시 일산에 있는 한 중고차 매매 상사에서 발견됐습니다.

경찰은 김 씨가 월북하기 전 이 차량을 980만 원에 판매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A 씨는 김 씨가 다른 지인 여성을 성폭행한 혐의(강간)로 지난달 21일 조사를 받을 때도 경찰서에 동행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그는 이 과정에서 김 씨의 신변보호를 담당한 경찰관의 연락처를 알고 있었고, 이달 19일 오전 1시 1분 이 경찰관에게 카카오톡 메시지를 보내 김 씨의 월북 가능성을 알리기도 했습니다.

A 씨는 당시 '(김 씨가) 달러를 바꿨다고 하네요. 어제 달러를 가지고 북한에 넘어가면 좋겠다면서 교동도를 갔었다네요'라는 메시지를 경찰관에게 보냈습니다.

그러나 경찰은 A 씨의 제보를 받은 지 34시간 뒤에 그를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해 늑장 대응을 했다는 지적을 받았습니다.

경찰은 이달 18일 차량과 관련해 A 씨가 4차례 112 신고할 당시에는 월북과 관련한 내용은 전혀 없었다고 밝혔으나 그는 오늘 취재진에 "분명히 직접 말을 했는데 (경찰이) 새겨듣지 않았다"며 "(뒤늦게) 발뺌하는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경찰은 오늘 K3 승용차의 명의자를 확인한 뒤 김 씨에게 권리행사방해 혐의나 절도 혐의가 있는지를 조사할 예정입니다.

다만 김 씨의 월북 가능성을 A 씨가 경찰관에게 알렸는데도 조치가 늦어진 부분에 대해서는 오늘 조사하지 않는다고 경찰은 밝혔습니다.

경찰 관계자는 "차량이 김 씨 명의로 돼 있으면 절도죄 적용은 어렵고 권리행사방해죄를 검토해야 한다"며 "월북과 관련한 내용은 오늘 조사할 계획이 없다"고 말했습니다.

한편 김 씨는 이달 18일 새벽 시간대 인천 강화도 월곳리 한 배수로를 통해 한강으로 빠져나간 뒤 북한으로 넘어간 것으로 추정됐습니다.

과거 개성에서 농장원으로 일한 김 씨는 3년 전 탈북 당시에는 김포시 월곶면으로 귀순한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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