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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합병근거 조작' 국민연금 실장 해임 취소…"시효 지나"

입력 : 2020.07.29 14:28|수정 : 2020.07.29 14:28


국민연금이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에 찬성하는 과정에서 자료를 조작한 사실이 드러나 해임된 간부가 불복 소송을 내 승소했다.

29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42부(박성인 부장판사)는 최근 채준규 전 기금운용본부 주식운용실장이 국민연금공단을 상대로 낸 해고무효 확인 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국민연금은 2015년 삼성 합병에 찬성표를 던진 과정에 대해 2018년 특정 감사를 벌여 채 전 실장을 해임했다.

당시 리서치팀장이던 채 전 실장은 삼성 측에 유리하게 합병시너지를 산출한 것으로 감사 결과 드러났다.

삼성이 제시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비율(1대 0.35)을 받아들일 경우 국민연금은 1천388억원의 손실을 볼 것으로 예상됐다.

이를 상쇄하는 데 필요한 비용은 약 2조원으로 추산됐다.

그러자 채 전 실장은 합병 시너지를 2조원에 맞춰 역산하는 식으로 보고서를 작성하도록 지시했다.

또 제일모직의 자회사이던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지분가치를 근거 없이 높이고, 리조트 골프장 등 토지를 영업가치와 비영업가치에 중복 반영한 것으로 조사됐다.

채 전 실장은 이런 징계사유가 사실을 악의적으로 왜곡한 것이라며 불복해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절차적 문제를 이유로 채 전 실장의 손을 들어줬다.

채 전 실장의 행위는 2015년 7월에 이뤄졌는데, 국민연금의 인사규정은 징계시효를 2년으로 정하므로 2017년 7월에 시효가 끝났다는 것이다.

국민연금은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과 홍완선 전 기금운용본부장 등의 재판이 아직 진행되고 있으므로 징계시효가 중단됐다고 주장했으나 재판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채 전 실장은 참고인으로 조사를 받고 증인으로 법정 증언을 했을 뿐, 피의자로 입건됐다고 볼 만한 자료는 없다"고 밝혔다.

이어 "수사나 기소 대상이 되지 않은 참고인에 대해서도 수사와 재판 기간에 징계시효가 멈춘다고 해석할 경우 징계시효 규정의 취지가 무색하게 징계 기간과 대상이 확대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해임이 무효라고 판단함에 따라 재판부는 국민연금이 채 전 실장에게 해임된 기간 받지 못한 임금 1천100여만원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다만 해임처분이 의도적인 징계였다는 채 전 실장의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채 전 실장은 "해임은 박영수 특별검사의 사실상 지시에 따라 나를 몰아내기 위해 이뤄진 위법한 가해행위"라며 위자료 1억원을 요구했다.

재판부는 "국민연금이 고의로 해고 사유를 만들어내는 등 징계권을 남용하는 불법행위를 했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국민연금은 이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다.

(연합뉴스/사진=국민연금공단 제공,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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