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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무성의에 특수강간 혐의 중국인 무죄

입력 : 2020.07.03 14:22|수정 : 2020.07.03 14:22


제주지방검찰청이 핵심 증인을 확보하지 못해 특수 강간을 저지른 혐의로 구속상태에서 재판을 받던 중국인이 석방됐다.

제주지방법원 형사2부(재판장 장찬수 부장판사)는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특수강간), 강간, 출입국관리법위반 등의 혐의로 구속기소 된 중국인 A(42)씨에 대해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고 3일 밝혔다.

다만 특수강간과 강간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를 선고했다.

불법체류자인 A씨는 지난해 12월 24일 오후 8시께 중국인이 모여 사는 서귀포시 한 주택에서 같은 국적 여성 B(44)씨를 폭행하고 흉기로 위협해 성폭행한 혐의를 받는다.

검찰에 따르면 A씨는 이튿날인 25일에도 전날 행위로 겁을 먹은 피해자를 또다시 강간했다.

A씨는 재판 과정에서 피해자와 합의 하에 성관계했다고 주장했다.

또 범행을 완강히 부인하며 검찰이 증거로 제시한 피해자에 대한 경찰·검찰 진술조서와 피해자가 작성한 고소장에 대해 전부 동의하지 않았다.

A씨에 대한 혐의를 입증하기 위해서는 법정에서의 피해자 증인신문이 중요한 열쇠였지만, 검찰은 지난 3월 중국으로 되돌아간 피해자가 '다시는 한국에 가고 싶지 않다'는 의사를 밝히자 법정에서의 피해자 신문 절차를 포기했다.

통상 형사 재판의 경우 피고인 또는 검찰 측 어느 한쪽이 증거로 사용될 문서에 대해 동의하지 않을 경우, 진술 한 자를 재판에 출석 시켜 직접 증언을 듣는 것으로 해당 문서에 대한 증거 능력을 검증한다.

다만, 증인이 사망·질병·외국 거주·소재 불명 등의 사유로 법정 진술을 할 수 없을 때는 증인신문 절차를 거치지 않고서도 증거능력이 인정된다.

재판부는 "이번 사례는 피해자가 소재 불명이거나 이제 준하는 사유로 법정 진술을 할 수 없는 처지에 놓여 있다고 볼 수 없기 때문에 피해자가 작성한 고소장과 피해자에 대한 진술 조서는 증거능력이 없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결 이유를 밝혔다.

재판부는 그러면서 검찰이 피고인의 혐의 입증을 위한 노력을 소홀히 했다고 꼬집었다.

재판부는 "피해자는 지난해 12월부터 무사증을 통한 출입국을 반복해 왔기 때문에 가까운 장래에 출국할 수 있는 상당한 개연성이 있었지만, 수사기관은 피해자가 중국에 출국할 계획이 있는지, 또 출국 후 한국에 입국할 계획이 있는지 등을 확인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또 "피고인이 범행을 부인하면서 구체적인 규명이 필요한 데도 검찰은 지난 1월 피고인을 기소한 후 피해자가 출국할 때까지 아무런 증거보전절차를 밟지 않았고, 중국 사법당국에 공조 요청을 하지도 않았다"고 지적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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