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 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망자를 실제보다 훨씬 축소해 집계한다는 외신의 의혹 제기가 잇따랐다.
정부는 고의적인 축소 의혹을 전면 부인했지만, 코로나19 상황에 대한 정부의 낙관적인 어조와 달리 불안감은 커지고 있다.
10일(현지시간) 현재 멕시코의 공식 코로나19 누적 확진자는 3만3천460명, 사망자는 3천353명이다.
최근 확진자는 하루 2천 명, 사망자는 200명 안팎씩 추가되고 있다.
정부는 실제 감염자는 공식 통계 수치의 8∼12배에 달할 수 있다고 추정해왔다.
그런데 사망자 통계 역시 실제 사망자 규모에 훨씬 못 미친다는 의혹이 나왔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와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 8일 일제히 멕시코 코로나19 사망자 규모가 통계보다 훨씬 많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의혹 제기의 근거는 수도 멕시코시티의 상황이다.
NYT에 따르면 멕시코시티 당국은 지역내 코로나19 확진 사망자와, 확진받지 않았으나 의료진이 코로나19로 의심하는 사망자를 합쳐 총 2천500명으로 집계하고 있다.
연방 정부 공식 집계의 멕시코시티 사망자는 774명이어서 공식 통계보다 세 배 이상 많은 셈이다.
WSJ는 지난달 말 4일간의 멕시코시티 사망증명서 105건을 검토한 결과 64건이 '비정형적인 폐렴'과 같은 급성 호흡기 증상에 따른 사망이었으며, 이중 52건에 의사가 '코로나19 의심' 소견을 적었다고 전했다.
코로나19 사망으로 확정된 것은 4건이었다.
과학적인 표본조사는 아니지만 밝혀진 코로나19 사망자보다 의심은 되지만 확인되지 못한 사망자가 훨씬 많다는 것이다.
멕시코시티 당국도 이미 한 달 전부터 연방 정부 통계에 의혹을 품고 시내 공립병원에 일일이 전화를 해서 코로나19 사망자를 조사했다고 NYT는 전했다.
그러나 클라우디아 세인바움 멕시코시티 시장이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대통령의 가까운 정치적 동지인 탓에 이러한 불일치가 공론화되진 않았다.
공식 통계와 실제 상황의 괴리는 병원이나 장례식장에서도 쉽게 감지됐다.
장례 종사자인 후안 카를로스 벨라스코는 WSJ에 보통 하루 7∼10건의 사망증명서를 처리했는데 최근엔 그 수치가 하루 40건으로 늘었다고 전했다.
멕시코시티 한 병원 의사 히오반나 아빌라는 NYT에 "두 개의 서로 다른 세계를 사는 것 같다"며 "환자들이 계속 죽어 나가는 병원 속 세계와 사람들이 실제 상황이 얼마나 나쁜지도 모른 채 걸어 다니는 병원 밖 세계"라고 표현했다.
WSJ는 "전문가들은 많은 나라에서 코로나19 사망자가 축소 집계되고 있다고 말하지만, 멕시코의 상황은 특히 심각할 수 있다"고 말했다.
논란을 의식한 듯 멕시코 정부는 얼마 전부터 공식 확진자와 사망자 외에 '코로나19 의심 사망자' 수치를 따로 공개했다.
그러나 현재 이 수치는 252명에 그친다.
NYT와 WSJ의 보도가 나온 후 우고 로페스가텔 멕시코 보건차관은 고의로 사망자 수를 은폐했다는 의혹을 강력히 부인했다.
그러나 정부의 통계가 실제 코로나19 상황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했다는 불안감은 가시지 않고 있다.
멕시코는 인구 100만 명당 검사 건수가 994건으로 여전히 1천 건에 못 미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가장 적고 전 세계에서 하위권이다.
우리나라는 100만 명당 1만3천 건 수준이고, 검사 건수가 적은 것으로 알려진 일본도 1천600여 건이다.
검사 이후 확진돼 통계에 포함되기까지 길게는 2주도 걸린다고 NYT는 전했다.
공식 확진자와 사망자 수치도 가파른 증가세지만 멕시코 보건부는 "감염 곡선이 평평해졌다"고 평가했고, 로페스 오브라도르 대통령은 최근 "터널 끝에 빛이 보인다"고 말했다.
멕시코는 조만간 경제활동 재개 계획을 발표할 예정이다.
(연합뉴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