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성년자 등의 성 착취물을 제작·유포한 사건인 '박사방' 사건을 수사하는 검찰은 돈을 내고 텔레그램 대화방에 입장한 참가자들을 '유료회원'이 아닌 '범행자금 제공자'라고 명시했다.
서울중앙지검 디지털 성범죄 특별수사 태스크포스(총괄팀장 유현정 여성아동범죄조사부장)는 6일 '박사방'의 핵심 공범인 '부따' 강훈(18)을 구속기소 하면서 강군의 범죄단체 조직죄 등 혐의에 대해서는 "박사방 성 착취 범행자금 제공자의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 하는 등 수사를 계속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검찰은 "박사방의 운영자인 조주빈(24·구속)에게 가상화폐를 입금한 사람들을 수사한 결과, 단순한 음란물 사이트의 유료회원이 아닌 성 착취 영상물의 제작과 유포에 공조하면서 필요한 자금을 지급한 가담자로 파악됐다"며 "이들을 '성 착취 범행자금 제공자'로 칭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조 씨는 성 착취 영상물이 공유되는 대화방에 입장하는 대가로 참가자들로부터 일정 금액의 입장료를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참가자들은 초기 수사 과정이나 언론 보도에서 '관전자' 또는 '유료 회원' 등으로 불렸다.
검찰은 조 씨에게 범죄 수익을 제공한 참가자들에게 '유료회원'이라는 호칭을 사용하는 것이 부적절하다고 판단했다.
수사팀 관계자는 "'회원'이라는 단어는 돈을 내고 어떤 서비스를 이용하는 사람을 말하는데 성 착취 동영상을 적법한 대가를 지불하고 이용한다고 표현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했다.
이어 "박사방 참가자들은 대화방에 성 착취물이 공유되는 것을 사전에 알았으며, 입장료를 지불해 성 착취물의 제작과 유포에 도움을 준 것이라고 볼 수 있다"며 "수사팀 내부 토의를 거쳐 범행자금 제공자라는 용어를 사용하기로 의견을 모았다"고 부연했다.
박사방 참가자들에 대한 호칭을 종전에 통용하던 말 대신 적극적인 범행 가담 가능성을 내포하는 단어로 바꾼 셈이다.
다만 참가자들 모두에게 범죄단체 조직죄를 적용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단순히 입장료를 송금한 기록만으로는 범죄단체의 구성원으로 볼 수 없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범죄단체의 구성원으로 의율하기 위해서는 조직 내 지휘·통솔 체계에 따라 행동하거나 범죄 수익을 분배하는 등의 행동이 있어야 한다.
입장료 송금에서 그치지 않고 조씨의 지시를 받아 성 착취물 유포 등 범행에 동참하거나, 범죄 수익을 전달하는 등의 범행이 있어야 '조직원'으로서 의율이 가능한 것이다.
검찰이 지난달 범죄단체 조직·가입·활동죄로 정식 입건한 36명 역시 박사방 광고나 성 착취물 제작 가담, 범죄 수익 은닉 등의 적극적인 가담 정황이 포착된 참가자들이다.
그렇다고 입장료만 지불한 참가자들이 모두 처벌 대상에서 제외되는 것은 아니다.
범죄단체 조직죄와는 별개로 아동·청소년이용 음란물을 소지한 것만으로도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입장료를 송금해 조 씨의 범죄를 용이하게 한 것으로 판단되면 방조죄로 처벌받을 수도 있다.
처벌이 내려지려면 혐의가 입증될 정도의 수사가 이뤄져야 한다.
각각의 피의자들에 대한 조사, 휴대전화 기록 분석 등의 작업이 필요한 만큼 박사방의 모든 참가자에 대한 조사가 마무리되기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전망이다.
(연합뉴스/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