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70만 원 투자했더니 빚 2천300만 원"…중국 원유상품도 '쪽박'

국제유가가 마이너스로까지 떨어지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지면서 중국에서도 일반 투자자들의 피해가 속출했습니다.

27일 차이신주간에 따르면 지난 20일(현지시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가 마이너스로 떨어지는 일이 벌어지면서 중국의 원유 상품 투자자들이 큰 손실을 봤습니다.

특히 피해는 '원유보'라는 이름의 상품을 팔던 중국은행 고객들에게 집중됐습니다.

5월물 WTI 폭락 사태가 벌어진 직후인 21일 중국은행 원유보 투자자들의 상품 계좌는 모두 '0'으로 바뀌었습니다.

이에 그친 것이 아니라 이들에게는 투자 원금보다 훨씬 많은 금액이 부채로 표시됐습니다.

투자 대상인 원유 가격이 마이너스가 된 상황에서 손실이 투자 상품에 고스란히 반영되면서 원금이 모두 사라진 것에 그치지 않고 빚까지 떠안게 된 것입니다.

한 투자자는 5만 위안(약 870만 원)을 투자했는데 원금이 모두 날아간 것은 물론이고 추가로 12만9천800위안(약 2천300만 원)을 은행에 갚아야 하는 처지라고 차이신에 설명했습니다.

중국은행은 전체 투자자들의 피해 현황을 공개하지 않고 있습니다.

차이신은 '권위 있는 인사'의 말을 인용해 중국은행 원유보 투자자가 6만 명에 달하며 이들의 손해액이 최소 90억 위안(1조5천600억 원)에 달한다고 전했습니다.

원유보 사태가 터지면서 중국은행 주가는 급락해 지난주에만 수조 원대 시총이 증발했습니다.

일단 중국은행의 원유보 문제가 가장 부각되고 있지만 같은 4대 국유 은행인 공상은행, 건설은행, 교통은행을 비롯해 민생은행, 푸둥발전은행 등 중국의 여러 은행에서 유사한 상품이 팔렸습니다.

중국 금융권에서는 직접 원유가 거래되는 것이 아니라 장부상으로만 거래가 이뤄진다고 해서 이런 상품을 통칭해 '종이 원유'라고 부릅니다.

중국 매체들은 자국 금융권 전체로 봤을 때 '종이 원유' 투자 손실액은 최소 수조 원대에 달할 것으로 추산했습니다.

이처럼 일반 투자자들의 대규모 손실 사태가 벌어지면서 불완전 판매를 둘러싼 논란도 가열되고 있습니다.

많은 투자자는 금융 당국에 피해 구제 방안을 호소하고 있습니다.

중국의 은행들은 예금 외에도 채권·펀드 등 다양한 투자 상품을 '이재'(리차이) 상품이라고 부르며 판매합니다.

원유보는 손실 한도가 없는 상품인데도 중국에서는 위험도가 중간 등급인 'R3급'으로 분류됐는데 이번 사건 사건을 계기로 과연 이 같은 분류가 적절했는지를 둘러싼 논란도 벌어지고 있습니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