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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이런일이' 뇌출혈 아내 17년 간병한 남편…아내와 여행가려고 만든 '집시 카'

입력 : 2020.04.16 22:45|수정 : 2020.04.16 22:45


세상 가장 행복한 부부가 여기에 있다.

16일에 방송된 SBS '순간포착 세상에 이런 일이'에서는 집시 카를 타고 어디든 떠나는 한 부부의 이야기가 공개됐다.

이날 방송에서 제작진은 각종 식기 등 갖가지 물건들이 가득 실린 차량 한 대를 발견했다.

차량 주인은 "살림살이 다 싣고 다니는 집시 카다"라고 말했다. 언제 어디서든 씻고 먹을 수 있도록 만들어진 캠핑카 못지않은 집시 카. 특히 태양열 집열기를 이용해 전기 공급도 문제가 없었다.

차량 주인은 "아내랑 같이 다니는 거다"라며 아내를 소개했다. 그런데 그가 소개한 아내는 몸을 일으키지 못하고 차량에 그대로 누워 있었다. 아저씨의 도움을 받고 몸을 세운 그녀는 제작진들에게 환하게 웃으며 악수를 청했다.

해맑은 얼굴의 아내는 뇌출혈로 현재의 상태가 된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아저씨는 아내를 위해 모든 것을 곁에서 다 돌보아주었던 것.

뇌병변 장애로 몸도 정신도 온전히 못하다는 아내는 남편의 손을 꼭 붙들고 애정을 뽐냈다. 4~5살 수준의 지능을 갖게 된 아내와 언제든 함께 떠나기 위해 집시 카를 만든 아저씨. 그는 두 사람만의 방식으로 함께 여행을 하고 함께 웃었다.

온수 매트와 선풍기, TV 등 모든 것이 있는 집시 카에는 이뿐만이 아니라 아저씨가 직접 만든 선반 속에 없는 것만 없고 모든 것이 다 들어있었다. 이에 아저씨는 "뒤죽박죽이다. 그런데 저는 어디에 뭐가 있는지 다 안다"라며 웃었다.

그리고 아저씨는 마법의 냉장고를 뒤적여 즉석에서 아내를 위한 요리도 만들어 함께 식사를 했다.

아저씨는 "이만큼 나아진 게 어디냐 싶다. 함께해서 행복하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라며 아내와 함께하는 행복을 만끽했다.

여행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온 부부. 아저씨는 집에 돌아와서도 아내를 위해 모든 것을 했다. 김치를 담그고 이제는 된장까지 담그는 경지에 이르렀다고.

그는 "돈 버는 것만 힘든 줄 알았는데 살림하는 게 더 힘들더라. 그런데 전에는 몰랐다"라며 아내의 사고로 아내의 고마움을 알게 되었다고 했다. 곁에서 웃어주는 것만으로도 힘이 된다는 그. 그의 아내는 남편이 조금만 자리를 비워도 불안해했다. 이에 아저씨는 아내를 안심시키기 위해 무전기까지 이용했다.

아내의 모든 걸음을 함께하는 아저씨는, 먹이고 씻기고 모든 일상은 늘 곁에서 해줬다. 그의 마음은 조금이라도 아내가 덜 나빠지길 바라는 마음으로 이 모든 것을 혼자서 해냈다.

지난 2003년 밥 먹고 집 밖으로 나오다가 계단에서 넘어진 아내, 예고 없이 찾아온 그 사고는 아내의 예전 모습을 모두 앗아갔다. 아저씨는 "드라마나 소설 속 이야기인 줄 알았는데 내가 이런 일은 당할 줄은 몰랐다. 내가 버티지 않으면 자식도 아내도 다 잃겠구나 생각하고 꿋꿋하게 버텼다"라고 했다.

몇 차례 수술, 아저씨는 아내를 위해 아내의 재활에 매달렸다. 그는 아내의 힘으로 자신의 자리에 섰다는 것을 깨닫고 아내를 위해 모든 것을 했다고.

두 사람의 모습을 본 이웃들은 "처음에는 아예 걷지도 못했다. 아저씨 덕분에 이렇게 걷게 되었다"라며 두 사람을 응원했다. 또 다른 이웃은 "난 정말 부럽다. 내가 쓰러졌다면 우리 신랑은 저렇게 못할 거다. 함께 여행도 가고 항상 함께하는 게 너무 부럽다"라고 했다.

최근 두 번째 뇌출혈을 겪은 아내. 하지만 아저씨는 아내를 도와 다시 걷기 연습을 시켰다. 더 이상의 병원 치료가 불가능한 아내, 하지만 언제든 더 나빠질 수 있어 조심 또 조심했다.

그리고 아저씨는 긴 간병에 우울증이 찾아왔고 약에 의지하게 되었다고. 그는 "희망이 있고 빛이 보여야 하는데 우울하다는 생각밖에 안 들었다. 그래서 마무리는 꼭 나쁜 생각으로 끝난다"라며 20년 가까이 몸도 마음도 지친 현실에 극단적인 시도도 했었다고 밝혀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그는 과거 사진들을 보며 무너진 마음을 지탱하고 하루하루 더 버텨갔다. 아저씨는 "차 타고 어디 한번 가보자 하고 떠나니까 좋더라. 그래서 그때부터 다니기 시작했다"라고 말했다.

이제 두 사람에게 캠핑은 삶의 원동력이었다. 캠핑을 떠나는 두 사람의 얼굴에는 미소가 사라지지 않았다.

아저씨는 "집사람 놓치지 않고 잘 버텼으니까 심장 멈추는 날까지 있고 싶다"라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그리고 아저씨는 아내를 위한 서프라이즈 선물도 준비했다. 아내는 남편이 준비한 꽃 선물에 세상 제일 행복한 미소를 지었다. 아저씨는 아내에게 "다시 태어나면 나랑 결혼할 거야?"라고 물었다. 알겠다는 아내에게 남편은 "다음 생에는 아프거나 사고 나면 안 된다"라고 당부를 했고, 이에 방송은 두 사람의 인생에 봄바람이 함께하길 응원했다.

(SBS funE 김효정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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