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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m 줄에도 질서정연…코로나 이긴 투표 열기

입력 : 2020.04.11 16:58|수정 : 2020.04.11 16:58


제21대 국회의원 선거 사전투표 마지막 날이자 토요일인 11일 서울 곳곳의 사전투표소에는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하려는 시민들의 발걸음이 이어졌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속에서도 시민들은 대체로 앞사람과 거리두기, 마스크 착용 등 행동 수칙을 지키며 차분하게 투표에 임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이날 오후 영등포구 문래동주민센터 앞에는 약 100m의 긴 줄이 생겼다.

기다리는 사람은 80여명 정도였지만, 앞 사람과 1m 정도 거리를 두고 띄엄띄엄 선 탓에 줄이 길어진 것이다.

맨 끝자리에서 주민센터가 잘 보이지 않을 정도로 줄은 늘어졌지만, 시민들은 조바심을 내지 않고 차분히 자신의 차례를 기다렸다.

최효선(54)씨는 "줄은 길어도 일사천리로 진행이 됐다"며 "사전투표율이 높으면 전반적으로 투표율이 높아지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에 사전투표를 하러 왔다"고 말했다.

동작구 흑석동주민센터 앞에도 긴 줄이 생겼다.

투표소 관계자는 "어제 하루 동안 2천533명이 이곳에서 투표를 했는데 오늘은 오후 2시16분에 2천300명을 넘겼다"고 말했다.

직원들은 연신 큰 목소리로 "간격 지켜주세요. 사회적 거리요"라고 안내했다.

대기 인원이 많아질 때는 앞 사람과 한 걸음 정도만 거리를 두는 등 수칙이 잘 지켜지지 않기도 했다.

동대문구 전농1동주민센터 투표소를 찾은 안모(66)씨는 "코로나 때문에 사람이 별로 없을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사람이 많아서 놀랐다"고 말했다.

유권자들이 너무 많이 몰리자 주민센터 앞 공터에 회오리 모양으로 원형을 그리며 줄을 서도록 안내하는 투표소도 있었다.

서울 마포구 용강동주민센터 투표소의 안내원은 거동이 불편한 노인에게는 "앞사람이 누구였는지만 기억하시고, 앉아서 기다리시라"고 안내하는 등 분주하게 움직였다.

코로나19 사태 속에서 선거가 이뤄지는 만큼 투표소 직원들은 방역에 심혈을 기울이는 모습이었다.

시민들은 직원의 안내를 받아 체온을 측정하고, 손을 소독한 뒤 위생장갑을 끼고 선거에 임했다.

마스크 없이 마포구 용강동주민센터 투표소를 찾은 한 시민은 "집에 가서 마스크 가져오셔야 해요"라는 직원의 말을 듣고 발걸음을 돌리기도 했다.

서울역에서 투표한 우승연(22)씨는 "예전과 다르게 마스크와 장갑을 끼고 투표를 하게 돼 새롭고 신기하다"며 "사람들이 질서정연하게 줄 서는 모습이 보기 좋다"고 말했다.

시민들은 코로나19 감염에 대한 우려가 없지는 않지만, 그래도 투표는 꼭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입을 모았다.

김소영(29)씨는 "솔직히 코로나 때문에 고민하긴 했다"면서도 "선거는 관심이라기보다 항상 해야 하는 기본적인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공무원 시험을 준비 중인 B(30)씨는 "수험생으로서 코로나에 걸리면 치명적이라 걱정이 되긴 했지만 4년에 한 번인 선거인 만큼 투표는 꼭 해야 할 것 같았다"고 말했다.

올해 처음으로 투표권을 갖게 된 문모(18)군은 "직접 투표를 하니 어른이 된 느낌이다.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 첫 투표가 될 것 같다"며 웃었다.

코로나19 감염 우려를 덜기 위해 비교적 사람이 적은 사전투표를 택했다는 사람도 많았다.

은평구에 사는 이모(52)씨는 "평소에도 사전투표를 많이 하는 편이지만, 이번에는 코로나 때문에 무조건 사전투표를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날 오후 3시까지 전국의 누적 투표율은 21.95%를 기록했다.

2016년 제20대 총선 당시 오전 9시 기준 투표율은 9.88%였는데 두배를 훌쩍 넘겼다.

사전투표 첫날인 금요일엔 회사 주변에서 투표하는 직장인들이 많았다면 주말인 이날은 편안한 옷차림으로 집 주변 투표소를 찾는 이들을 많이 만날 수 있었다.

어린 자녀를 돌봐야 하는 탓에 부부가 번갈아 투표에 임하기도 했다.

마포구에 사는 A(34)씨는 오전에 투표소를 찾았다.

그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우려 때문에 사람들이 비교적 적은 사전투표에 참여하러 왔다"며 "아침이라 그런지 아직은 사람이 많지 않다"며 안도했다.

A씨는 투표소와 약간 떨어진 곳에서 "아빠랑 같이 안에 들어가면 병균이 많아서 안 돼"라며 어린 자녀들을 다독인 뒤 투표를 하고 나왔다.

이번이 생애 첫 투표라는 오준석(19)씨는 부모, 형과 함께 투표소를 찾았다.

오씨는 "가족들이 다 같이 투표하고 싶어서 오늘로 시간을 맞췄다"며 "직접 투표를 해보니 생각보다 간단해서 신기하기도 하고 뿌듯하다"며 웃었다.

부부인 남항복(82)씨와 오연례(80)씨는 두 손을 꼭 잡고 성북구 돈암1동 주민센터 투표소를 찾았다.

시민 중에는 길이가 48.1㎝에 달하는 비례대표 투표용지 길이에 당혹감을 나타내는 경우도 있었다.

박모(68)씨는 "(투표용지를 보니) 너무 어지럽고 정신이 없었다"며 "바람잡이로 나온 건가 싶은 생각이 드는 정당도 있었다"고 했다.

이모(66)씨는 "비례대표 명부가 너무 길어서 어렵긴 했다"면서도 "다들 나라를 살려보겠다고 나온 것이니 나쁘게 보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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