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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정지역 '서해5도' 노심초사…음압병실 없고 지병 노인 많고

유영규 기자

입력 : 2020.03.05 08:35|수정 : 2020.03.05 08:35


▲ 26일 인천광역시 옹진군 보건소에서 직원들이 코로나19 관련 전화 상담을 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전국으로 확산한 가운데 청정지역인 서해5도 주민들도 하루하루 노심초사하고 있습니다.

서해5도를 포함한 인천 섬 지역에는 음압병실을 갖춘 의료시설이 한 곳도 없는 데다 지병을 앓는 노인도 많아 감염 우려가 크기 때문입니다.

인천시 옹진군에 따르면 올해 1월 국내에서 첫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한 이후 40여 일이 지난 최근까지 백령도와 연평도 등 서해5도에서는 확진자가 한 명도 나오지 않았습니다.

서해5도뿐 아니라 23개 유인도로 이뤄진 옹진군 전체에서 주민 78명과 타지역 주민 22명이 코로나19 검사를 받았으나 확진자는 없었습니다.

그러나 지금까지 옹진군 섬에서 코로나19 감염 위기가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닙니다.

지난달 백령도에서 복무 중인 한 해병대원이 대구를 다녀온 뒤 코로나19 유증상자로 분류돼 검사를 받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섬 주민들이 불안에 떨었습니다.

이 해병대원은 지난달 중순 휴가를 받아 대구 자택에 다녀왔고, 발열 증세로 38.2도까지 체온이 올랐으나 검체 검사 결과 음성 판정을 받았습니다.

백령도 주민 김 모(56)씨는 "당시 해병대원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는 것 아니냐며 섬 주민 대다수가 걱정했다"며 "다행히 음성이 나와 안도했다"고 말했습니다.

지난달 25일에는 이스라엘 성지순례를 다녀온 백령도 주민 24명이 코로나19 전파 가능성에 대비해 자발적으로 격리 조치되기도 했습니다.

문제는 코로나19 감염 의심자가 꾸준히 발생하고 있지만, 서해5도를 포함해 옹진군 전체에 확진자를 치료할 수 있는 음압병실이 한 곳도 없다는 점입니다.

서해5도에서 유일한 병원인 인천의료원 분원 백령병원조차 음압병실을 갖추지 못했습니다.

대신 백령병원은 기압 차로 바이러스 확산을 차단하는 음압 텐트 2개만 보유하고 있습니다.

특히 옹진군은 만 65세 이상의 노인 인구 비율이 높아 코로나19에 감염될 경우 위험성이 높습니다.

옹진군 7개 면의 인구수는 2만500여 명으로 이 가운데 만 65세 이상은 25%가량인 5천100여 명에 이릅니다.

이들 노인 중 상당수는 크고 작은 지병을 한두 개씩은 갖고 있습니다.

옹진군 관계자는 "아무래도 섬 지역이어서 연세가 많은 노인이 많다"며 "대부분 기저질환을 가진 분들이어서 코로나19에 감염될 경우 위험한 상황도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서해5도에서는 감염을 막는 최소한의 보건 물품인 마스크는 줄을 서서라도 살 수 없는 형편입니다.

편의점이나 약국의 마스크는 동이 난 지 오래고 정부가 판매하는 공적 마스크조차 서해5도에 제때 공급되지 않고 있습니다.

백령도의 경우 백령우체국은 대청·소청우체국을 관할하는 총괄우체국이어서 정부의 마스크 공적 판매처로 지정되지 않았습니다.

공적 판매처로 지정된 백령 농협하나로마트는 최근까지도 마스크를 공급받지 못해 섬 주민들에게 팔지 못하고 있습니다.

백령면사무소 관계자는 "백령도에 편의점이 3곳 있는데 마스크가 있는 날이 거의 없다"며 "이번 주에는 농협하나로마트에서 마스크를 확보해 판매할 것으로 알고 있다"고 기대했습니다.

옹진군은 최근 마스크 4만장을 확보해 7개 면에 배포했으며 각 면사무소는 주민 1인당 2매씩 나눠주고 있습니다.

옹진군 관계자는 "최근 백령도에서 주민들이 우체국에 마스크를 사러 갔다가 헛걸음한 사례가 있었다"며 "섬 특성을 고려해 백령우체국도 마스크 공적 판매처로 지정해 달라고 우정사업본부에 요청했다"고 전했습니다.

이어 "마스크는 추가로 확보해 계속 주민들에게 나눠줄 예정"이라며 "섬에서 확진자가 나오지 않도록 방역 태세도 강화하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사진=옹진군 제공,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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