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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기 방역 실패가 부른 크루즈선 집단 발병…日 정부 '갈팡질팡'

김지성 기자

입력 : 2020.02.11 10:06|수정 : 2020.02.11 10:06


▲ 대규모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 발생한 일본의 크루즈선 '다이아몬드 프린세스'호

지난 3일 일본 요코하마항 앞바다에 정박한 크루즈선 '다이아몬드 프린세스'호에서 어제(10일)까지 일주일 새 135명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자가 무더기로 나왔습니다.

이번 크루즈선 집단 발병 사태를 놓고 일본 정부의 초기 방역이 실패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우세합니다.

일본 언론에 따르면 지난달 20일 요코하마항에서 출항한 이 크루즈선에 탑승했다가 닷새 뒤 홍콩에서 내린 80세 홍콩인 남성의 신종 코로나 발병 사실은 이번 달 1일 확인됐고 홍콩 당국은 2일 일본 정부에 통보했습니다.

하지만 크루즈선 승객들에게 홍콩인의 신종 코로나 발병 사실이 선내 안내방송으로 전파된 시점은 3일 오후 6시 30분쯤이었다고 교도통신은 승객을 인용해 보도했습니다.

홍콩인 감염자가 이용한 것으로 알려진 사우나와 레스토랑도 3일까지 정상적으로 운영됐다고 전했습니다.

감염자 발생 사실이 확인된 직후 신속한 방역 조치가 이뤄지지 않았던 것입니다.

승객들에 대한 격리조치도 제때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한 일본인 승객은 지난 4일 교도통신에 "뷔페식당에는 많은 사람이 있다"며 "불만은 따분한 것 정도"라고 말했습니다.

승객들에게 마스크 배포도 이뤄지지 않았다고 이 승객은 전했습니다.

일본 정부는 감염 우려가 상대적으로 큰 일부 탑승객에 대한 검사 결과 10명이 감염된 것으로 지난 5일 확인되자 그제서야 승객들을 객실에 머물도록 조치했습니다.

크루즈선이라는 폐쇄된 공간에서 신종 코로나 감염 확대를 막기 위해서는 탑승자 간 접촉을 최소화했어야 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일본 도야마현 위생연구소장은 "홍콩 남성으로부터 감염된 것으로만 볼 수 없다"며 "3차, 4차 감염이 일어나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일본 정부는 갈팡질팡하고 있습니다.

크루즈선 탑승자 전원에 대한 신종 코로나 검사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지만 주무 부처 수장인 가토 가쓰노부 후생노동상과 일본 정부 대변인인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은 엇갈린 메시지를 내놓았습니다.

가토 후생노동상은 어제 기자회견에서 크루즈선 탑승자 전원에 대한 신종 코로나 검사를 검토하겠다는 뜻을 밝혔지만, 스가 관방장관은 어제 오후 정례 기자회견에서 전원 검사는 어렵다는 인식을 드러냈습니다.

일본 내 다른 지역에서도 신종 코로자 의심자에 대한 검사가 이뤄지고 있는 상황에서 크루즈선 탑승자 3천700명 전원에 대해 검사를 단기간 내 실시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됩니다.

나카야마 테쓰오 일본 기타사토대 명예교수는 "선내에서 이 정도로 감염이 확대됐다면 누가 감염됐어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라며 "할 수 있다면 빨리 전원 검사를 한 다음에 양성인 사람에게 필요한 조치를 취하는 쪽이 좋지 않겠느냐"고 말했습니다.

일본 정부는 크루즈선에서 발생한 신종 코로나 감염자는 일본 상륙 전이기 때문에 일본 내 감염자 수에 포함하지 말 것을 일본 언론에 당부해 빈축을 사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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