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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구 새 세계 랭킹 도입…'팬들은 신나고 선수는 더 힘들어지고'

유병민 기자

입력 : 2020.02.04 10:12|수정 : 2020.02.04 10:12


▲ 여자배구 국가대표팀 선수단이 1월 12일 태국 나콘랏차시마 꼬랏찻차이홀에서 열린 2020 도쿄올림픽 아시아대륙예선, 태국과의 결승 경기에서 승리하며 올림픽 본선 진출을 확정한 뒤 시상식에서 환호하고 있다. 

국제배구연맹이 포인트로 순위를 정하는 새로운 국가별 세계랭킹을 이달 1일 도입했습니다.

각종 국제 대회에서 한 나라가 거둔 성적과 팀 간 상대 전적을 알고리즘으로 계량화하고, 이를 실제 경기 결과와 비교해 랭킹 포인트를 배분하는 제도입니다.

매 경기는 물론 세트의 결과가 랭킹 포인트에 반영되고, 약팀이 강팀을 이기면 더 많은 포인트를 얻습니다.

이에 따라 팬들은 좀 더 박진감 넘치는 경기를 볼 수 있게 됐습니다.

다만, 선수들은 매 경기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어 더욱 피곤해졌습니다.

FIVB는 1월 31일 자 예전 세계랭킹에 따라 2020년 도쿄올림픽 조 편성을 마무리했습니다.

이때 올림픽 본선에 출전하는 한국 여자 대표팀의 랭킹은 9위였습니다.

2월 1일 도입된 새 세계랭킹에선 10위(261점)로 한 계단 내려갔습니다.

한국과 같은 조에서 올림픽 예선을 치르는 도미니카공화국의 순위는 10위에서 9위로 상승했습니다.

한국 남자 배구의 새 순위는 20위입니다.

FIVB는 홈페이지에서 "222개 나라의 순위를 좀 더 정확하게 반영하고자 새 랭킹제를 도입했다"며 "예전보다 역동적인 세계랭킹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FIVB는 먼저 올림픽(50), 세계선수권대회(45), 발리볼네이션스리그(VNL·40), 올림픽 예선전·월드컵·대륙별 선수권대회(이상 35) 등 주관 대회의 가중치를 다르게 조정했습니다.

이어 대결하는 A와 B 팀의 역대 득점, 상대 전적 등을 기초로 세트 스코어 3대 0, 3대 1, 3대 2로 이겼을 때, 2대 3, 1대 3, 0대 3으로 졌을 때 등 6가지 시나리오를 알고리즘으로 체계화했습니다.

실제 경기 결과와 이 알고리즘을 비교해 예상을 깨고 더 나은 성적을 낸 팀이 랭킹 포인트를 얻고, 기대를 밑돈 팀은 포인트를 잃습니다.

승리한 팀은 무조건 조금이라도 랭킹 포인트를 추가합니다.

약팀은 강팀을 좀 더 완벽하게 제압할수록 더 많은 포인트를 쌓습니다.

FIVB는 남자 세계선수권대회에서 대결하는 브라질(1위·415점과 일본(11위·192점)의 예를 들어 포인트 배분을 설명했습니다.

브라질은 세트 스코어 3대 0으로 이기더라도 포인트 1.35점만 추가하고, 일본은 1.35점만 잃습니다.

과거 데이터로 볼 때 브라질이 이길 가능성이 크기 때문입니다.

브라질은 3대 1 또는 3대 2로 이기면, 0.01점만 얻는 데 반해 일본은 0.01점만 잃습니다.

한 세트만 따내도 일본은 기대 이상의 성적을 낸 것으로 간주합니다.

일본이 브라질을 3대 0으로 꺾는 이변을 연출하면 21.15점을 한꺼번에 얻습니다.

브라질은 그만큼의 포인트를 잃습니다.

일본은 3대 1로 이기면 18.34점을 추가합니다.

이처럼 약팀이 강팀을 따돌리면 얻는 포인트와 잃는 포인트 수치가 커집니다.

대한배구협회의 한 관계자는 오늘 "배구 세계랭킹은 올림픽 예선전 출전과 조 편성 등에 큰 영향을 끼치는 항목"이라며 "새로운 세계랭킹에 따라 선수들은 매 경기 승패에 더욱 집중할 수밖에 없어 예전보다 더욱더 힘들게 경기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습니다.

세계랭킹 포인트를 수확하고 순위를 꾸준히 유리하려면 FIVB 주관 대회에도 자주 나가야 합니다.

FIVB는 해마다 1월 1일을 기준으로 전년도 FIVB 주관 대회에 한 번도 출전하지 않은 팀의 포인트를 50점 차감하고, 세계랭킹 포인트가 20점 미만인 국가들은 랭킹 목록에서 제외할 방침입니다.

순위 목록에서 빠진 국가는 올림픽 출전을 꿈꿀 수도 없습니다.

올해에도 VNL 여자대회(5∼6월), 아시아배구연맹(AVC)컵 남자대회(7월), 도쿄올림픽(7∼8월), AVC컵 여자대회(9월) 등 굵직한 대회가 잇달아 열립니다.

올림픽 3회 연속 본선에 진출한 여자 대표팀과 2024년 파리올림픽에서 24년 만의 올림픽 본선 복귀를 향해 중장기 계획을 세워야 하는 남자 대표팀이 세계랭킹을 끌어올리고 국제 경쟁력을 키우려면 새로운 랭킹제에 잘 적응해야 합니다.

대표팀을 총괄하는 배구협회와 프로리그를 관장하는 한국배구연맹(KOVO) 두 단체가 머리를 맞대고 철저하게 국제대회를 대비해야 할 필요가 생겼습니다.

(사진=국제배구연맹,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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