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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정보당국이 16년 전 그린 2020년…북핵 위기·미중 경쟁 등 맞혀

유영규 기자

입력 : 2020.01.03 04:08|수정 : 2020.01.03 08:01


2020년대를 여는 새로운 10년이 시작된 가운데 미국 정보당국이 지난 2004년 예측한 2020년의 모습이 상당수 현실이 됐다고 미 시사지 애틀랜틱이 전했습니다.

2일(현지시간) 애틀랜틱에 따르면 미 국가정보국(DNI) 산하 국가정보위원회(NIC)는 2004년 세계 5개 대륙의 전문가 수백 명과 함께 '2020년의 세계'가 어떻게 보일지를 예측한 결과를 집약해 그해 말 119쪽 분량의 보고서로 내놓았습니다.

당시 전망한 내용 중에는 들어맞은 내용이 적지 않습니다.

북한 핵 위기, 미국과 중국 사이에 고조되는 패권 경쟁, 미국 우선주의의 부상 등이 그런 사례입니다.

보고서는 북핵 문제와 관련, "북한과 관련한 위기가 향후 15년 동안 언젠가 고개를 들 것"이라며 "북한이 2020년 이전까지 미국에 도달할 수 있는 핵 탑재 미사일을 개발할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당시는 북한이 최초의 핵실험(2006년 10월 9일)을 하기 전입니다.

미중 패권 경쟁에 대해서도 보고서는 중국의 증가하는 민족주의와 전략적 경쟁자로서의 중국에 대한 미국의 두려움이 점점 더 양국의 적대적인 관계에 기름을 부을 수 있다며 미국은 아시아에서 새로운 안보와 질서에 대한 비전을 설계해야 한다고 주문했습니다.

실제 트럼프 행정부는 중국의 '경제 굴기'를 견제하는 무역전쟁에 나섰고 역내 안보에서는 인도태평양 정책을 통해 중국의 영향력 확대에 제동을 걸고 나섰습니다.

보고서는 또한 신흥 강국과 비교해 미국의 영향력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하면서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고 싶은 충동'이 일어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보고서는 가상의 유엔 사무총장이 쓴 2020년 9월 일기장에서 많은 미국인이 세계 경찰 역할에 싫증을 내고 있다면서 동맹에 대한 부담을 거론하며 '미국 우선주의자'들이 유엔을 뉴욕에서 나가라고 요구한다고 전했습니다.

이런 내용은 트럼프의 미국 우선주의 정책과 동맹에 대한 방위비 분담 확대 요구 등으로 현실화했습니다.

보고서는 국제기구의 위상 쇠퇴, 미 동맹국들의 결속 약화 등도 예상했습니다.

이슬람권의 '칼리프국(칼리프가 지배하는 신정일치 국가)' 등장에 대해서는 비록 테러집단이 이를 세우리라고는 예상하지 못했지만, 부분적으로 맞춘 것으로 평가됐습니다.

물론 빗나간 것도 적지 않습니다.

보고서는 타이완의 독립 선언과 이를 둘러싼 미중 충돌 시나리오, 러시아의 영향력 쇠퇴, 필연적인 세계화 등을 전망했지만, 이는 현 상황과는 거리가 있습니다.

애틀랜틱은 보고서가 그린 2020년 세계의 모습을 되짚으면서 "오늘날 세계의 모든 것이 생각만큼 예측 불가능한 것만은 아니라는 것을 암시한다"고 평가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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