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곤 닛산 전 회장, 보석 중 일본서 도주…레바논 도착

김경희 기자

입력 : 2019.12.31 13:48|수정 : 2019.12.31 13:50


▲ 지난 3월 6일 10억엔의 보석금을 내고 석방돼 도쿄구치소 문을 나오고 있는 곤 전 닛산차 회장(청색 모자)

일본 검찰에 체포됐다가 보석으로 풀려나 있던 카를로스 곤 전 르노·닛산 회장이 일본을 떠나 해외로 도주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 등이 보도했습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해 곤 전 회장이 우리 시간 어제(30일) 오전 6시 30분쯤 레바논의 수도 베이루트 공항에 도착했다고 전했습니다.

일본 NHK 방송은 레바논 치안 당국자를 인용해 곤 전 회장으로 보이는 인물이 개인용 제트기를 이용해 다른 사람의 이름으로 레바논에 입국했다고 말했다고 보도했습니다.

NHK에 따르면 곤 전 회장은 언론 보도가 나오고 나서 미국의 대변인을 통해 "나는 지금 레바논에 있다"며 "유죄가 전제되고 차별이 만연하고 기본적 인권이 무시되는 잘못된 일본 사법제도의 인질이 되지 않겠다"는 취지의 성명을 발표했습니다.

그는 그러면서 "나는 불공정과 정치적 박해에서 빠져나왔다. 마침내 미디어와 자유롭게 소통할 수 있게 됐다"며 일본에서 벗어났음을 확인했습니다.

곤 전 회장은 작년 11월 유가증권 보고서 허위기재와 특별배임죄 등 혐의로 구속됐다가 10억 엔, 우리 돈 106억 원의 보석금을 내고 지난 3월 풀려났다가 한 달여 만에 재구속된 뒤 추가 보석 청구 끝에 5억 엔, 우리 돈 53억 원의 보석금을 내고 올해 4월 풀려나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보석 중인 곤 전 회장은 보석 허가 조건에 따라 도쿄의 거주지를 벗어날 수는 있지만, 일본 국내에 머물러야 합니다.

그가 어떻게 일본 당국의 감시를 피해 출국할 수 있었는지는 당장 확인되지 않고 있습니다.

도쿄지방법원은 "해외로 나가는 것을 금지한 보석 조건을 변경하지 않았다"면서 곤 전 회장의 도피성 출국이 확인되면 보석을 취소하는 방안을 검토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일본 정부 관계자는 NHK에 "곤 전 회장의 출국이 사실이면 일본 국내 사법 절차가 제대로 진행될 수 있도록 외교 경로를 통해 레바논 정부에 협조를 요청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또 일본 외무성의 한 간부는 "보석 중에 도주한 것이 아닌가"라며 이 경우에는 외교 경로를 통해 곤 전 회장과 관련한 상세 정보 수집을 진행하게 된다고 전했습니다.

곤 전 회장은 르노와 닛산, 미쓰비시의 3사 얼라이언스가 경영통합과 합병을 추진하는 것에 반대하는 내부세력의 모략에 당했다면서 자신에게 제기된 혐의를 전면 부인해 왔습니다.

곤 전 회장의 측근은 서방 언론에 그가 일본에서는 공정한 재판을 받을 수 없다고 믿고서 도주를 택했다고 설명했습니다.

곤 전 회장은 브라질에서 태어났지만 레바논에서 자랐으며 레바논에는 아직도 그의 친지들이 있습니다.

그는 수일 내에 현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출국 등과 관련한 입장을 밝힐 것으로 예상됩니다.

곤 전 회장은 본인에게 제기된 혐의가 모두 유죄로 인정될 경우 최장 징역 15년형에 처해질 것으로 전망됐습니다. 

(사진=EPA,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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