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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잇] 해외 무료 인터넷 통화, 비용은 누가 내는 걸까?

입력 : 2019.12.27 11:00|수정 : 2019.12.27 14:06

박경신 | 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해외에 나가면 항상 궁금한 것이 있었다. 한국에 있는 사람과 전화를 하려면 통화를 하는 시간만큼 돈을 내야 한다. 그런데 인터넷에 접속해서 보이스톡, 페이스타임 등으로 통화하면 시간에 관계없이 무제한으로 대화할 수 있다. 마치 인터넷이 다른 세계로 가는 관문이라도 되듯이 인터넷만 만나면 통신이 무료가 된다. 국제전화료와는 비교도 안 되게 싼 와이파이 접속료만 내면 끝이다. 그렇다면 정보가 국경을 넘어 한국까지 왔다갔다 하는 비용은 누가 내는 것일까?

짧게 답하자면 아무도 내거나 받지 않는다. 인터넷에서의 정보전달은 실제로 무료이기 때문이다. 인터넷에서는 모든 사람들이 정보전달에 참여하기 때문에 아무도 돈을 내거나 받지 않는다. 인터넷은, 한 단말이 다른 모든 단말들이 수신하고 발신하는 모든 정보를 "도착지를 향해 옆으로 전달"한다는 상부상조의 약속으로 묶여 있는 집합체이다. 소방차가 없는 동네에 불이 나면 저수지에서 화재가 난 집까지 마을 주민들이 줄을 서 물양동이를 옆으로 전달해 불을 끄는 그림을 상상해보자. 왜 이런 약속이 필요했을까? 인터넷은 각 단말이 모든 단말들과 '직접 연결하지 않고도 직접 소통'할 수 있는 통신체계가 되어야 했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려면 모든 단말들이 정보를 '옆으로 전달'하되 조건을 달아서는 안 된다. 금전적 조건도 안되고 비금전적 조건 역시 마찬가지이다. 조건이 발생하면 그 조건을 집행할 중앙통제소가 필요해지고 중앙통제소의 허락을 얻어야만 정보가 전달되기 때문에 모든 단말들 사이의 직접소통이 불가능해진다. 이렇게 되면 방송과 신문처럼 한 사람이 수많은 사람과 직접 소통을 하지 못하고 중앙의 통제를 받게 된다. 인터넷은 그런 중앙통제소가 필요 없도록 고안된 통신체계이고 그렇기 때문에 지금 우리가 누리고 있는 정보혁명이 일어날 수 있었던 것이다.

이러한 약속을 이른바 망중립성이라고 한다. 망중립성은 정보의 내용을 차별 없이 처리할 의무로 더 잘 알려져 있지만 여기서 차별이 없다는 것은 과금 여부도 포함된다. 돈을 안 낸 정보라고 해서 전달하지 않겠다거나 천천히 전달하겠다고 해서는 안 되는 것이며 돈을 더 낸 정보라고 해서 더 빨리 전달하려 해서도 안 되는 것이다. 실제로 경제학자들은 망중립성을 수학공식으로 나타날 때 정보전달료가 제로라는 명제를 이용하기도 한다.

인터넷이 '무료'라면 우리가 인터넷에 접속하기 위해 망사업자에게 내는 돈은 무엇일까? 이것은 이른바 접속료다. 인터넷에 속한 기존 단말들 중의 최소한 하나와는 물리적으로 연결을 해야 무료통신을 향유할 수 있다. 이 물리적 접속비용을 내는 것이다. 그러나 단 한 번 접속만 하면 정보전달에 대한 대가는 없다. 이미 대가 없고 조건 없는 상호전달이 약속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해외에서 인터넷이라는 오아시스를 만나면 전 세계 누구와도 무료로 통화할 수 있는 것이다.

그래도 찝찝한가? 전기나 수도처럼 '쓰는 만큼 내는 것'이 맞다고? 인터넷에서는 아니다. 정보전달은 모두가 함께하는 것이니 누가 누구에게 무언가를 낼 이유가 없다. 예를 들어 한국의 이용자가 미국의 서버에 접속하는데 30여 개의 라우터를 거치게 되지만 그 라우터들이 몇 개 망의 사업자들 것인지 알 수는 없다. 기본적으로 인터넷은 누가 누구에게 파는 상품이 아니며 정보전달 한건 한건이 모두의 참여를 통해 크라우드소싱되는 상부상조가 기본이다. 앞서 말했듯이 마을에서 양동이 하나 옆에 사람에서 받아서 다시 옆사람에게 전달했다고 돈을 받으려고 든다면 어떻게 불을 끌 수 있겠는가?

그래도 나 혼자 많이 쓰면 타인에게 민폐가 되지 않을까? 그렇지 않다. 접속료는 접속용량에 비례해서 책정되는데 접속용량은 '인터넷의 속도'를 뜻하는 것으로 수도파이프의 직경이 크면 물이 더 빨리 들어오는 원리와 같다. 내가 이 파이프를 써서 얼마나 많이 물을 쓰건 옆집이 옆집 파이프를 통해 물을 받는 속도에 영향을 주지 못한다. 인터넷이 간혹 느려지는 경우가 있는데 이것은 해당 지역 전체에 들어오는 대형파이프의 용량이 가정에 들어오는 파이프들 용량의 총합에 비해 너무 적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망사업자가 한 동네의 10명의 사람에게 10Mbps를 판 뒤 그 동네에 100Mbps지역선을 넣어준다면 각자가 10Mbps로 매월 10G를 쓰건 100G를 쓰건 아무리 혼잡이 발생하지 않겠지만 지역선을 10Mbps로 깔았다면 혼잡이 발생하는 식이다.

전 세계적으로 유선인터넷에 종량제가 없는 것도 이 때문이다. 물론 무선인터넷의 경우에는 여러 단말들이 예측불가능하게 자유롭게 돌아다니면서 하나의 기지국을 나눠쓰기 때문에 각자에게 주어진 용량이 서로에게 영향을 받는다. 그래서 남용을 방지하기 위해 종량제를 시행하지만 이것도 기술을 통해 수요를 예측할 수 있기 때문에 반드시 그럴 필요는 없다. 미국의 T모바일이나 유럽의 상당수 통신사의 이동통신이 유선인터넷처럼 모두 무제한인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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