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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루 혐의자, 집값 69% '빚'…부모 돈 편법 증여받고는 "빌렸다"

유영규 기자

입력 : 2019.12.23 13:28|수정 : 2019.12.23 17:06


▲ 불법 증여 통한 초등학생 토지·주식 취득 사례

최근 집값이 뛰자 세금을 내지 않고 부모로부터 편법 증여 받은 돈으로 고가 아파트 등을 사들이는 사례가 늘고 있습니다.

국세청에 따르면 국토교통부·행정안전부·금융위원회·국세청·지방자치단체 등 관계기관은 지난 10월 11일 이후 '주택거래 합동조사'를 벌여 탈루가 의심되는 531건을 지난달 28일 국세청에 통보했습니다.

531건을 주택 가격(매입자 신고가격)별로는 나눠보면, 9억 원 이상이 211건(39.7%)으로 가장 많았고 6억∼9억 원대가 153건, 6억 원 미만이 167건이었습니다.

이들 주택의 취득 금액은 모두 5천124억 원으로, 이 가운데 자기 돈은 31%(1천571억 원)뿐이었고 나머지 69%(3천553억 원)가 금융기관 대출과 차입금 등 '부채'였습니다.

국세청은 이처럼 과도한 부채 비율로 미뤄 부모 등 친인척으로부터 편법·불법 증여받은 돈을 '차입금'으로 위장한 경우가 적지 않을 것으로 보고 금융거래내역과 금융정보분석원(FIU) 정보 등을 통해 집중 검증에 들어갔습니다.

실제로 이번에 국세청이 탈루 가능성이 큰 것으로 판단하고 본격 세무조사에 들어간 101건 중에는 40대 의사가 배우자와 함께 고가 아파트를 함께 취득하면서 부모로부터 현금을 증여받고도 차입금으로 신고한 경우가 포함됐습니다.

미성년자가 부모 돈으로 고가 아파트를 사면서 부모 외 친인척 4명으로부터 자금을 분산 증여받은 것으로 허위 신고한 경우, 20대 중반 직장인이 서울 주택을 사들이면서 취득자금 80%를 모친으로부터 빌린 것으로 허위 신고해 증여세를 내지 않은 경우도 확인됐습니다.

부모 자금으로 고급빌라를 취득한 무소득의 30대 여성, 부동산업에 종사하는 모친 등으로부터 편법 증여받아 주택 3채를 사들인 20대 초반 사회초년생도 세무조사를 받을 예정입니다.

최근 국세청이 벌인 자체 조사에서는 증여세를 내지 않고 초등학생이 부친과 함께 수억 원짜리 임야를 취득한 사례도 적발됐습니다.

학생의 할아버지는 손자에게 주식 취득자금 수억 원, 손자와 아들에게 임야 취득자금 수억 원을 현금 증여하고도 한 푼의 증여세도 내지 않다가 적발 후 할증 과세분까지 포함한 수억 원의 증여세를 뒤늦게 물었습니다.

(사진=국세청 제공,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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