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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발장 부자'에 20만 원 건네고 사라진 의인은 사업가

유영규 기자

입력 : 2019.12.18 14:22|수정 : 2019.12.18 14:23


▲ '장발장 부자'에 20만 원 건넨 박춘식 씨(가운데)와 국밥을 사준 이재익 경위(왼쪽)

어린 아들과 함께 허기를 채우려고 마트에서 식료품을 훔친 30대 가장의 이른바 '현대판 장발장' 사건과 관련, 이들 부자에게 20만 원이 든 봉투를 건네고 사라진 의인은 사업가로 확인됐습니다.

인천중부경찰서는 오늘(18일) 인천시 중구 영종지구대에서 사업가 박춘식(66) 씨에게 경찰서장 명의의 감사장을 수여했습니다.

박 씨는 지난 10일 오후 4시쯤 인천시 중구 한 마트에서 식료품을 훔치던 중 적발된 A(34) 씨와 그의 아들 B(12) 군을 옆에서 지켜보다가 이들을 뒤따라가 20만 원이 든 봉투를 건넨 인물입니다.

그는 마트 측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중부서 영종지구대 이재익(51) 경위가 이들 부자를 인근 식당으로 데려가 국밥을 대접하는 사이 식당까지 쫓아와 아무런 말도 없이 돈 봉투를 A 씨에게 쥐여주고 떠났습니다.

B 군이 돈 봉투를 들고 박 씨를 뒤쫓아갔으나 그는 "그냥 가져가라"며 돌려받지 않고 사라졌습니다.

경찰은 수소문 끝에 박 씨의 인적사항을 확인한 뒤 연락해 감사장을 수여했습니다.

박 씨는 감사장을 받은 뒤 "우유를 사려고 마트에 갔다가 우연히 A 씨 부자의 사연을 듣고 도와야겠다는 생각에 현금인출기에서 돈을 뽑아 국밥집에 찾아갔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한국과 해외를 오가며 일하는 사업가로 알려졌으며 언론 인터뷰는 사양했습니다.

A 씨와 B 군은 당시 마트에서 우유와 사과 6개 등 식료품 1만 원어치를 훔치다가 마트 직원에게 적발됐습니다.

마트 대표는 경찰에 신고했다가 A 씨가 눈물을 흘리며 사정을 설명하고 잘못을 뉘우치자 처벌 의사를 철회했습니다.

당뇨병 등을 앓고 있는 A 씨는 몇 달 전까지 택시기사로 일하다가 그만뒀고, 임대주택에서 지내며 경제적 어려움을 겪던 중 굶주림을 참지 못해 범행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경찰은 이 경위에게 민갑룡 경찰청장 명의의 표창을, 함께 출동한 김두환(34) 순경에게는 이상로 인천경찰청장 명의의 표창을 수여할 예정입니다.

(사진=인천 중부경찰서 제공,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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