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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거 위법 수집' 경찰 잘못된 수사 관행에 법원 잇단 제동

이기성 기자

입력 : 2019.12.18 07:43|수정 : 2019.12.18 07:43


위법하게 증거를 수집하는 등 경찰의 잘못된 수사 관행에 법원이 잇따라 제동을 걸었습니다.

"유죄의 증거로 사용할 수 없다"며 몰카 혐의와 마약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피고인들에게 잇따라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수사기관이 피의자보다 우월한 지위에 있어 '이춘재 8차 사건'과 같은 강압 수사 가능성을 미리 차단해야 한다는 취지입니다.

그러나 일선 경찰관들은 "성범죄와 마약 사건 등은 특수성을 인정해야 한다"며 볼멘소리를 냈습니다.

18일 법원과 경찰에 따르면 의정부지법 형사4-3부(한정석 부장판사)는 지난 12일 마약류 관리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A씨에 대한 항소심에서 원심을 깨고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A씨는 1심에서 징역 1년 2월을 받았습니다.

경찰은 체포영장 없이 A씨를 12시간가량 구금하면서 A씨가 거부하는데도 소변과 모발을 제출받았습니다.

A씨는 "마약을 투약하지 않았다"고 주장했고, 이 과정에서 보호자를 동행시켜 증거 제출을 설득하기도 했습니다.

현행 경찰관 직무집행법은 범죄 의심자에게 체포영장 없이 동행을 요구할 수 있으나 6시간을 초과해 경찰서에 머물게 할 수 없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또 A씨가 소변 제출을 거부했다면 법원으로부터 압수·수색·검증영장 등을 발부받아 증거를 수집해야 합니다.

이 사건에서 소변과 모발은 A씨의 혐의를 입증할 유일한 증거입니다.

더욱이 경찰 간이검사와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감정에서 마약 양성 반응이 나왔습니다.

그러나 불법으로 수집돼 법정에서 인정되지 않았고 결국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해 A씨는 무죄를 받았습니다.

현장에서 체포된 몰카 혐의 피고인에게 무죄가 선고되기도 했습니다.

이 사건 역시 경찰이 수집한 증거가 법적 요건을 갖추지 않아 재판에서 인정되지 않았습니다.

B씨는 전철역 계단에서 휴대전화로 여성의 치마 속을 몰래 촬영하다 지하철수사대 경찰관에게 현행범으로 체포됐습니다.

현장에서 압수한 B씨의 휴대전화에는 6일 전부터 지하철 1호선과 6호선 역을 옮겨 다니면서 여성 13명을 대상으로 총 18차례에 걸쳐 촬영한 동영상이 담겨 있었습니다.

B씨가 범행을 부인할 수 없는 명백한 증거였습니다.

경찰관은 사무실에서 휴대전화를 탐색해 범죄 장면이 담긴 동영상을 캡처하고 파일을 복제해 증거를 추출했습니다.

B씨는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카메라 등 이용 촬영)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벌금 700만원을 받았지만, 항소심 재판부인 의정부지법 형사1부(오원찬 부장판사)는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재판부는 "현행범 체포 현장에서도 영장을 발부받아 증거를 압수하고, 특히 휴대전화의 경우 B씨가 있는 데서 탐색했어야 한다"고 판단했습니다.

이 사건은 대법에 넘겨졌고 현행범 체포의 증거 압수 부분만 파기 환송돼 최종 판결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일선 경찰관들은 일반 사건과 달리 적어도 마약과 성범죄, 폭파범, 유괴 등에 대해서는 형사소송법과 경찰관 직무집행법 등을 폭넓게 해석해야 한다는 의견입니다.

한 경찰관은 "마약에 취해 있고 증거 수집을 거부하는 상황인데 엄격하게 6시간을 지켜야 한다면 수사가 상당히 힘들어질 것"이라며 "보호자가 동행해 증거 제출을 설득하는 시간까지 구금에 포함하는 것은 달리 해석할 여지가 있다"고 밝혔습니다.

또 다른 경찰관은 "우선 증거를 수집하고 나중에 영장을 신청하지만 생략하는 경우도 있다"며 "수사하다 유죄를 입증할 더 명백한 증거가 나오면 굳이 사후 영장을 신청하지 않는다"고 설명했습니다.

법원에서 증거 수집의 적법성을 강조하는 분위기인 만큼 일선에서 절차를 더 지키는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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