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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웅산 테러' 때 구사일생 이기백 전 국방장관 별세

권태훈 기자

입력 : 2019.12.16 17:26|수정 : 2019.12.16 17:26


북한의 아웅산 테러 때 구사일생으로 목숨을 건진 이기백 전 국방부 장관이 16일 오전 향년 88세로 별세했습니다.

1931년 충남 연기군(현 세종시)에서 출생한 고인은 1952년 1월 육사 11기로 입교한 후 1955년 9월 육군 소위로 임관했고, 1군단장, 제2작전사령관, 육군참모차장에 이어 제19대 합참의장과 제24대 국방부 장관을 역임했습니다.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과 육사 동기지만, 11기가 주도한 군내 사조직 '하나회'에 가입하지 않았습니다.

당시 하나회 출신들의 독주가 심했지만, 비하나회로 대장까지 진급했습니다.

1983년 합참의장 재직 시절 전두환 전 대통령 수행원으로 미얀마 아웅산 묘소 참배 때 북한 공작원의 폭탄 테러로 다쳤습니다.

이 테러 사건으로 전 전 대통령은 구사일생으로 목숨을 건졌지만, 서석준 부총리 겸 경제기획원장관 등 공식 수행원 및 보도진 17명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고인은 당시 머리와 배에 파편이 박히고 다리가 서까래에 깔려 크게 다쳤지만, 정복 좌측 가슴에 단 합참휘장이 파편을 막아내 살았습니다.

당시 중위였던 그의 부관(전인범 전 특전사령관)이 2차 폭발의 위험을 무릅쓰고 달려가 피투성이가 된 고인을 둘러업고 구조했습니다.

10시간 이상 수술 끝에 깨어나 부관에게 "대통령은 무사하시냐?"라고 질문한 것은 두고두고 군인의 표상처럼 회자했습니다.

귀국 후 그의 정복은 육군사관학교에 기증돼 육군사관학교 박물관에 전시됐습니다.

합참은 "고인은 합참의장 및 국방부 장관 재임 중 즉각 전투태세를 완비한 가운데 '총력안보태세 강화'에 큰 노력을 기울였다"며 "한미동맹을 바탕으로 강력한 연합방위태세를 확립해 1986년 아시안 게임과 1988년 서울올림픽의 성공적 개최를 보장했다"고 평가했습니다.

국방부 장관 재직 때인 1986년 북한 금강산댐의 수공 위협을 빌미로 평화의 댐 건설 계획을 발표한 4부 장관 합동성명에 참여했습니다.

온 국민의 대대적인 성금 모금까지 진행됐던 '금강산댐 사건'은 1993년 감사원 특별감사에서 정치적 궁지에 몰린 전두환 정권이 위기돌파용으로 치밀하게 준비한 '조작사건'으로 드러났습니다.

빈소는 서울성모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됐고, 영결식은 18일 정오 서울현충원에서 합참장(葬)으로 치러집니다.

(사진=합참 제공,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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