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뉴스

뉴스 > 사회

문어발 집주인의 전세 사기…재산 조회해도 '휴지조각'

입력 : 2019.12.08 13:48|수정 : 2019.12.08 13:48

동영상

<앵커>

서민들에겐 전 재산이나 다름없는 전셋돈을 떼먹는 사기 사건 이어지고 있습니다. 몇십 명, 몇백 명씩 피해를 입힌 집주인들이 붙잡혀서 재판을 받고 있는데 문제는 세입자들이 돈을 돌려받는 경우가 별로 없다는 겁니다.

어떻게 된 건지, 김승필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경기도 광주의 한 빌라 '노블레스 오블리제'.

빌라 이름은 사회지도층에게 요구되는 높은 도덕성을 의미하는데 정작 집주인 권 모 씨는 전세 사기 혐의로 구속됐습니다.

경기도 일대에서 피해자가 200명에 이릅니다.

한 세입자는 얼마 전 현관문을 따고서야 입주할 수 있었습니다.

기존 세입자가 있는 상태에서 집주인이 이중계약을 했기 때문입니다.

[전세 이중계약 피해자 : 문 따고 들어올 수 밖에 없었던 것 같아요. 제가 출산을 해야 하는데 어디 갈 데도 없고, 그 집(임시거처)에 있을 수도 없고.]

기존 세입자는 전세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채 부모 집에 살고 있습니다.

[피해 세입자 : 저희 애 아빠가 그 빚(전세자금대출) 갚는다고 밤에 대리운전 해요. 지금 이 악물고 살고 있어요.]

취재진이 만난 피해자 중에 전세금을 조금이라도 돌려받은 세입자는 한 명도 없었습니다.

[피해 세입자 : 인터뷰하고 나면 며칠은 많이 힘들어요. 계속 생각이 나고 그런데도 제가 인터뷰를 하는 건요. 그냥 어떻게든 사람들이 좀 알았으면 좋겠어요.]

또 다른 전세 사기 사건의 피해자를 만나봤습니다.

이 세입자는 불과 두 달 전에야 자신이 사기 피해자란 걸 알게 됐다고 합니다.

[피해 세입자 : 제가 한 14kg 정도 빠졌거든요. 지금 먹으면 체하게 되고 회사도 신경 못쓰다 보니까 이거 스트레스를 받아서 회사엔 사직서를 내서.]

계약 기간이 남아 있는 세입자 가운데는 아직도 피해 사실을 모르고 있는 경우가 많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정동영/국회의원 : 한 사람이 4백 채, 5백 채, 6백 채 문어발식으로 이런 전국적으로 악성 임대사업자가 생긴 거란 말이죠. 거기에서 피해자가 속출했어요.]

보증금을 날린 세입자들은 임대사업자들의 재산 추적에 한 가닥 기대를 걸지만 대부분 헛된 희망으로 끝났습니다.

[김학무/변호사 : 막상 판결을 받아서 재산 조회해보면 임대인 앞으로 된 재산이 없는 경우가 거의 대부분이잖아요. 민사적으론 판결을 받아도 결국은 휴짓조각이 될 수 밖에 없는 게 지금 체제하에선 현실인거죠.]

집주인이 재판 과정에서 형량을 낮추기 위해 숨겨둔 재산을 내놓기 전에는 보증금을 찾을 길이 요원한 겁니다.

피해자들은 하루하루 고통스러운 나날을 보내고 있지만 여전히 칼자루는 집주인이 쥐고 있는 셈입니다.

(SBS 비디오머그)  
SBS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