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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유럽 벨라루스, 하원 의원 선출 총선…공정선거엔 의문

입력 : 2019.11.18 00:01|수정 : 2019.11.18 00:01


동유럽의 옛 소련 국가 벨라루스에서 17일(현지시간) 하원 의원을 뽑는 총선이 치러졌다.

타스·AFP 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일부 해외 투표소를 포함해 모두 5천800여개 투표소에서 오전 8시부터 일제히 투표가 시작됐다. 투표는 저녁 8시까지 이어진다.

이번 총선에선 110개 하원 의석에 513명이 도전장을 냈으며 유권자 수는 약 680만명이다.

4년 임기의 하원 의원을 뽑는 총선은 당초 내년에 치러질 예정이었으나 대통령 선거가 같은 해에 예정돼 있어 1년이 앞당겨졌다.

벨라루스 총선은 유럽안보협력기구(OSCE) 대표를 포함해 1천명 이상의 외국인들이 참관한다.

하지만 현지 야권과 서방 전문가들은 주요 야당 지도자들과 2명뿐인 현역 야당 의원들의 입후보가 좌절된 상황에서 공정하고 자유로운 선거가 치러질지에 의문을 표시하고 있다.

지난 1994년부터 25년 동안 알렉산드르 루카셴코(65) 대통령의 철권통치가 이어지고 있는 벨라루스에서 의회는 그의 통치를 보조하는 '거수기' 역할을 하는 데 그치고 있다는 평가다.

다만 루카셴코 대통령이 최근 들어 절박한 서방의 경제 지원을 얻기 위해 민주주의와 인권 분야에서 유화적 조치를 취하고 있어 일부 야당 성향 정치인이 의회에 입성할 가능성은 있는 것으로 점쳐진다.

옛 소련에서 1991년 독립한 벨라루스는 최근 긴밀한 관계를 맺어온 러시아와의 마찰로 각종 지원이 줄어들면서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다.

루카셴코 대통령은 지난 8월 말 존 볼턴 당시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수도 민스크로 초청해 회담하면서 미국과의 관계에 '새로운 장'이 열리고 있다고 강조했다.

지난 9월 미국과 벨라루스는 2008년 이후 처음으로 대사급 외교 관계를 복원한다고 밝혔다.

미국은 이번 총선과 내년 대선 결과를 봐서 민주주의 탄압을 이유로 벨라루스에 취해온 제재를 더 완화할 수 있다는 입장을 내놨다.

루카셴코는 또 앞서 이달 흔치 않은 유럽 방문의 일환으로 오스트리아를 찾아 현지 정치 지도자들과 회담하고 유럽연합(EU)이 벨라루스의 중요한 정치·경제 파트너가 되길 원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루카셴코 대통령은 이날 기자들에게 "러시아와 벨라루스가 이미 오래전에 해결했어야 할 문제 가운데 하나는 러시아 가스의 (벨라루스) 공급 조건과 가격"이라면서 "벨라루스는 경제상의 원칙적 문제들이 해결되지 않는 한 러시아와의 통합 로드맵에 서명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러시아와 벨라루스는 지난 1999년 국가통합조약을 체결한 뒤 옛 소련 독립국 가운데 가장 밀접 관계를 유지해 왔다.

러-벨라루스 국가통합조약은 장기적으로 양국이 독립적 주권을 보유하되 단일 의회와 통화를 운용하고, 단일 지도자를 갖는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그러나 벨라루스가 만성적 경제난을 겪는 와중에 러시아도 자체 경제 위기 극복을 위해 '형제국' 벨라루스에 대한 각종 특혜 조치들을 폐지하면서 양국 간 불화의 골이 깊어가고 있다.

루카셴코는 또 내년 대선에 출마할 계획이라고 밝히면서 "만일 여러분이 안정과 평온한 국가발전, 주권과 독립을 원한다면 여러분은 내게 '대통령님 아직 건강하시니 출마해 주세요'라고 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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