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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절한 경제] 시장 무임승차 혹은 혁신…'타다' 어떠신가요?

권애리 기자

입력 : 2019.10.17 10:05|수정 : 2019.10.17 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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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권애리 기자의 친절한 경제 시작합니다. 권 기자, 최근에 승합차 호출 서비스 타다가 차량을 1만 대로 늘리겠다고 했다가 어제(16일) 이걸 철회했죠?

<기자>

네. 앵커는 타다 이용해 본 적 있으세요? (두어 번 타본 것 같습니다.) 하얀 커다란 승합차에 '타다'라고 쓰인 차 지금 1천400대가 운영 중인데 아마 수도권에서는 이제 타보지 못한 분들도 한 번도 못 봤다는 분은 거의 없을 겁니다.

타다 가입자는 이미 125만 명 정도입니다. 이 타다가 지난 7일에 내년까지 지금 운영차량의 7배가 넘는 1만 대를 갖추겠다고 선언했다가 어제 이 계획을 일단 없던 일로 돌렸습니다.

참고로 서울 택시가 지금 7만 대 안팎이니까요. 상당한 규모로 빠르게 늘리겠다고 했다가 일단 백지로 돌린 거죠.

지난 7월에 나온 택시 개편방안의 입법, 법적 제도화 작업을 일단 기다리겠다고 한 발 물러선 겁니다.

<앵커>

택시업계와 정부가 타다의 이번 계획에 굉장히 강하게 반발을 했다면서요?

<기자>

네. 간단하게 상황을 요약해 보면 승객이 부르거나 잡아타는 대중교통은 사실상 택시뿐인 상황에서 타다가 작년 말에 일종의 틈새 서비스로 등장했죠. 성장세가 굉장히 빨랐습니다.

택시업계의 반발이 컸습니다. 택시업계는 면허제도죠. 택시를 몰려면 요즘 시세로 수천만 원짜리 면허를 사야 합니다. 정책적으로 전체 택시 대수를 조절하고 있는 겁니다.

그런데 타다는 전에 없던 방식이거든요. IT 기술을 바탕으로 해서 승객이 앱을 통해서 호출하면 차가 오고 대체로 거리에 맞춰서 요금 계산이 됩니다.

기술적으로는 이렇게 택시가 아닌 차를 사람들이 쉽게 이용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됐고요. 법적으로도 택시제도를 피해 갈 수 있는 틈새를 찾았습니다.

타다는 법적으로 렌터카입니다. 타다를 타는 승객들은 사실 그때그때 그 하얀 승합차를 렌트하는 겁니다.

원래 렌터카는 빌리면 내가 운전하는 거죠. 그런데 타다 같은 큰 승합차는 내가 운전이 서툴 수도 있으니까, 렌터카 업체가 기사를 보내줄 수 있다는 예외조항이 현행법에 있습니다.

이 예외조항과 신기술을 결합해서 면허를 살 필요가 없는 새 서비스가 틈새 출시됐던 겁니다.

타다 운전자들은 월급을 받거나, 일종의 프리랜서 고용이 됐습니다. 그러니까 면허를 발급받는 세계만 있던 기존의 택시업계가 생계에 대한 위협이 크다고 반발했죠.

그래서 국토부와 타다, 택시업계가 갈등과 협의를 반복하다가 타다 같은 새로운 서비스도 운송시장에 들어오려면 사실상 기존의 택시면허를 사들이는 식으로 돈을 내면서 그렇게 줄어들 택시만큼씩만 차를 늘려라, 이런 상생안이 지난 7월에 나왔습니다.

그런데 타다가 지난주에 이 결정에 대해서 사실상 반발했다가 철회한 겁니다.

<앵커>

정부가 이번에 굉장히 강력한 경고성 발언도 했다고 하던데요.

<기자>

네. 타다가 방금 말씀드렸던 것 같은 현행법의 틈새, 타다가 합법적일 수 있는 그 틈새를 고칠 수도 있다. 한 마디로 타다가 1만 대 증차를 고집하면 타다를 불법화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사실 타다는 지난 7월에 나온 상생안에 계속 반대해 온 입장이긴 한데요, 이번에 1만 대 증차를 들고 나온 건 일종의 이슈 형성을 위한 측면도 있었다는 분석도 좀 나오긴 합니다.

새 서비스 개발은 이제 기술적으로 얼마든지 가능한데 기존의 택시 면허제를 크게 벗어나지 않는 상생안이 괜찮은가, 운송 서비스의 혁신을 막는 게 아니냐 이런 질문 던지기가 필요한 시점이었다는 거죠.

실제로 7월 이후로 한동안 잠잠했던 이 이슈에 대해서 이번 일을 계기로 또 여러 가지 얘기가 나오고 있습니다.

보시는 분들은 어떻게 생각하세요? 타다는 택시기사들은 면허를 사야 진입할 수 있던 운송시장에 무임승차하려 한 걸까요, 아니면 그 자체로 새로운 시장인데 기존 잣대를 들이대고 있는 걸까요?

한편으로는 타다는 그럼 정말 혁신인가, 이것도 질문입니다. 승차 공유 서비스라고 하는데 그냥 앱이 낀 렌터카 아니냐는 주장도 있습니다.

참고로 우리나라는 최근에 GDP 계산에 공유경제 항목을 새로 만들었는데요, 타다는 포함되지 않고 있습니다.

내가 집을 비울 때 관광객에게 빌려주는 에어비앤비 같은 것처럼 개인들끼리 유휴 자산을 이렇게 저렇게 주고받아서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걸 공유경제로 치고요.

타다는 디지털을 이용하고 기사에게 월급을 주는 회사라는 거죠. 미국, 유럽, 일본이 세워가는 기준을 비슷하게 적용하고 있는 겁니다.

하지만 이것도 그건 지금 행정의 판단이지 절대적인 기준이 아니라는 반박도 분명히 있습니다. 우리나라만 택시와 타다가 이렇게 갈등을 빚는 게 아니고요.

미국과 유럽, 동남아에서도 택시와 타다 비슷한 서비스들이 아주 비슷한 갈등을 빚으면서 새 서비스들의 확장이 약간 주춤한 상태입니다. 이 문제에 대한 논쟁은 이제부터 시작이라고도 할 수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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