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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의 삶의 방식 보호'? EU 차기 집행위 새 직책명 논란

입력 : 2019.09.18 00:40|수정 : 2019.09.18 00:40


유럽연합(EU)의 행정부 격인 집행위원회의 차기 수장인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 당선자가 최근 향후 조직 운영 방안을 발표하면서 내놓은 새로운 직책이 논란에 휩싸였다.

지난 10일 폰데어라이엔 당선자는 오는 11월 출범할 새 집행위원단의 구성과 주요 과제를 공개하면서 '유럽의 삶의 방식 보호(Protecting our European way of life) 담당 부위원장'이라는 새로운 직책을 소개했다.

그러나 이 직책이 맡은 임무 가운데 하나가 이민 정책이라는 사실이 알려지자 '극우의 수사'와 유사하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유럽의 정체성을 백인과 기독교인에서 찾고 중동, 아프리카에서 온 이주민을 그러한 정체성을 위협하는 존재로 보는 극우 진영의 인식을 떠오르게 한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해당 명칭을 변경하라는 요구도 이어졌다.

장클로드 융커 현 EU 집행위원장마저도 최근 한 인터뷰에서 "그 명칭은 변경돼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 "나는 유럽의 삶의 방식이 이민에 반대한다는 생각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비판 대열에 합류했다.

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HRW)의 유럽 미디어 국장은 "이민을 '우리 유럽의 삶의 방식 보호'라는 직책 아래 둔 것은 유럽의 주류 정치인들이 얼마나 많이 극우 프레임을 취하고 있는지 보여주는 또 하나의 사례"라고 평가했다.

그는 "이는 유럽의 모든 극우 단체의 수사에서 볼 수 있는 '우리 대 그들'이라는 전형적인 선동이자 소수 그룹의 악마화"라고 지적했다.

당장 프랑스 극우정당 국민연합(NR)의 마린 르펜 대표는 이 새 직책을 두고 "이념적 승리"라며 환호하고 나섰다.

이처럼 논란이 계속되자 폰데어라이엔 당선자는 지난 16일 유럽의 여러 언론 매체 기고를 통해 자신의 결정을 변호하면서 이번 문제에 대해 공개적인 토론을 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일부에게는 유럽의 삶의 방식이라는 말이 숨은 뜻이 있고, 정치적 논쟁을 유발하는 용어지만 우리는 다른 이들이 우리에게서 우리의 언어를 빼앗아가도록 둘 수 없고, 그래서도 안 된다"면서 "이것 역시 우리의 일부"라고 반박했다.

하지만 벨기에 총리를 지낸 기 베르호프스타트 유럽의회 의원은 그가 이끄는 유럽의회 내 중도 성향 정치그룹 '리뉴 유럽'(Renew Europe)이 해당 직책을 맡은 마르가리티스 시나스 집행위원 지명자의 인준을 거부할 수 있다며 으름장을 놨다.

그는 "'리뉴 유럽'은 이를 심각하게 보고 있다. 시나스의 직책명을 바꾸든지 그의 직책에서 이민 정책 권한을 빼든지 해야한다"면서 "그렇지 않으면 이는 집행위원단 인준을 위태롭게 할 것"이라고 밝혔다.

차기 집행위원단은 오는 10월까지 유럽의회 각 소관 상임위에서 인사청문회를 통해 적격 여부를 평가받은 뒤 유럽의회 본회의에서 인준 투표를 거치게 된다.

유럽의회는 인준 투표에서 개별 집행위원 후보의 교체를 요구할 수는 없으나 전체 집행위원단에 대해 가부 여부를 밝힐 수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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