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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고법, 치매노인에 치료 목적 보석 석방…첫 결정

김기태 기자

입력 : 2019.09.09 13:48|수정 : 2019.09.09 13:48


아내를 살해한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은 치매 노인에게 법원이 주거를 치매 전문병원으로 제한하는 치료 목적의 보석 결정을 내렸습니다.

서울고법 형사1부(정준영 부장판사)는 아내를 살해한 혐의로 1심에서 징역 5년을 선고받고 항소심이 진행 중인 A 씨에 대해 이 같은 내용의 보석 결정을 했다고 오늘 밝혔습니다.

이번 결정은 치매 환자에 대한 치료적 사법을 위한 최초의 보석 결정입니다.

치료적 사법은 법원이 개별 사건 해결에 머무르지 않고 법과 인간에 대해 치유자로서의 역할을 해야 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A 씨는 보석과 동시에 병원으로 주거가 제한돼 치료받게 됩니다.

보증금은 없고, 공판기일 출석 외에는 일체의 외출이 금지됩니다.

재판부는 병원에 매주 1회 조사 결과를 법원에 보내도록 했고, A 씨 자녀에게도 '보석 조건 준수에 관한 보고서'를 제출하게 했습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구치소 수감 중 면회 온 딸에게 왜 사망한 아내와 동행하지 않았냐고 묻는 등 알츠하이머 치매 증상을 보였다"며 "이에 피고인을 치료하는 것이 재판의 신속한 진행보다 앞선다고 판단했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치매 환자인 피고인에게 구속 재판만을 고수할 경우 피고인으로서는 치료의 기회를 다시 얻기 어려울 수 있다"며 "다만 보석 결정은 치료적 사법을 위한 것이기 때문에 피고인의 주거를 치매 전문병원으로 엄격하게 제한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재판부는 입원 시점으로부터 약 1개월 후 피고인이 입원한 치매전문병원에서 점검 회의를 진행할 예정입니다.

점검 회의에서는 보석 조건 준수 외에도 피고인에 대한 치료 상황과 효과 등을 다룹니다.

재판부는 "결론을 신속히 도출하는 데 중점을 두기보다는 피고인이 적절한 치료를 제공 받는 지와 그 경과를 살펴 향후 재판 일정과 양형심리 등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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