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경찰의 불허 결정에도 불구하고 열린 범죄인 인도 법안' 반대 주말 시위에서 또다시 경찰의 최루탄과 시위대의 화염병이 충돌했습니다.
어제(31일) 시위에서는 지난주에 이어 또다시 경찰과 시위대 간 폭력 사태가 발생했습니다.
중국 무장 경찰의 개입 우려 속에 평화적으로 진행됐던 2주 전 주말 집회와는 확연히 달라진 모습입니다.
특히 시위대는 완차이의 경찰청 부근 도로에서 바리케이드 등을 모아놓고 불을 질렀습니다.
현지 언론은 폭발음과 함께 불길과 검은 연기가 치솟았으며, 시위대가 불 속으로 화염병을 던지는 장면이 목격됐다고 전했습니다.
시위대 중 한 명은 블룸버그 인터뷰에서 방화 이유에 대해 "싸울 의지가 있음을 보여주기 위한 것"이라면서 "또 이미 많은 시위대가 검거됐는데 시위대가 이동할 시간을 벌기 위해서"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시위대는 소고백화점 인근 도로에서도 쓰레기통과 우산 등을 모아놓고 불을 질렀습니다.
시위가 격화되는 가운데 빅토리아공원 인근에서는 시위대와의 대치하던 경찰이 총구를 하늘로 향해 실탄 한 발을 경고 사격했다고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가 보도했습니다.
경찰의 실탄 경고사격은 지난주에 이어 두 번째입니다.
앞서 경찰은 입법회 건물 부근에서 벽돌을 던지는 시위대에 맞서 최루탄을 발사했고 시위대는 이에 대항해 화염병으로 맞섰습니다.
시위대가 던진 화염병으로 정부청사 외부에 설치된 바리케이드에 불이 붙고,시위대가 대형 새총으로 경찰을 향해 벽돌을 발사하는 장면도 포착됐습니다.
시위 중 다쳐 병원에서 치료받는 여성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경찰은 시위대를 향해 파란색 염료가 들어간 물대포를 발사했습니다.
앞서 경찰은 과격 시위대를 식별하려고 이러한 방법을 쓸 방침이라고 밝혔습니다.
경찰은 성명을 통해 "시위대를 해산하기 위해 최루탄과 최소한의 경찰력을 투입했다"면서 "경찰청사에 화염병이 날아들기도 했으며, 시위대에 모든 위법행위를 중단하고 즉각 떠날 것을 경고한다"고 말했습니다.
일각에서는 정부청사가 홍콩주둔 인민해방군 사령부 건물과 인접한 만큼, 정부청사 부근에서 시위가 계속되면 중국을 자극할 우려가 있다는 관측이 나왔습니다.
어제는 지난 2014년 8월 31일 홍콩 행정장관 간접선거제를 결정한 지 5년째 되는 날이기도 합니다.
앞서 재야단체 '민간인권전선'은 센트럴 차터가든에서 대규모 집회를 열고 행진하며, '행정장관 직선제' 등을 요구할 계획이었지만 경찰은 이를 허가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시위대는 경찰의 집회 금지 명령을 비켜가려고 상대적으로 규제가 덜한 종교 집회 형태로 십자가를 들고 찬송가를 부르거나, '도심 대규모 쇼핑 여행'을 내세워 거리를 행진하며 시위를 이어갔습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홍콩 정부는 공식 성명을 통해 보통선거가 궁극적인 목표지만 선거 개혁은 점진적이고 질서 있게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을 반복했습니다.
홍콩 당국은 중련판 인근 지하철역을 비롯해 시위가 벌어진 지역의 지하철 운행을 중단하고 역사를 폐쇄했으며, 홍콩 도심인 애드미럴티에서는 폭력충돌로 일부 도로가 폐쇄돼 교통체증을 빚었습니다.
일부 시위대는 지하철역에서 망치로 감시카메라를 망가뜨리거나, 지하철 운행을 제한한 홍콩철로유한공사에 항의하며 역사 시설을 훼손하기도 했습니다.
중국 관영매체 북경일보는 웨이보 공식 계정을 통해 대규모 중국 공안 특수경찰과 무장경찰이 홍콩과 인접한 광둥성 선전으로 집결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북경일보가 어제 새벽 선전 시민이 촬영했다고 소개한 영상에는 공안 차량이 줄지어 선전 방향으로 진입하는 모습이 담겼습니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