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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 징용 배상 판결 日 보복 조치에 위안부 사건 '고심'

입력 : 2019.07.04 17:13|수정 : 2019.07.04 17:13


2015년 체결한 한·일 위안부 문제 합의가 위헌인지를 따지는 헌법소원 사건을 3년 넘도록 심리 중인 헌법재판소가 최근의 외교 정세 탓에 고민이 더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우리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 판결 등을 계기로 최근 양국간 외교적 긴장상태가 심화했고, 심지어 일본 정부가 무역 보복 조치에 나서는 상황이어서 위안부 합의에 관한 헌재 판단이 불러올 외교적 파장 역시 심상치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4일 법조계에 따르면 강 모 할머니 등 41명은 2016년 3월 외교부장관을 상대로 정부의 위안부 문제 합의 발표가 위헌임을 확인해 달라는 헌법소원을 냈다.

박근혜 정부가 2015년 12월 28일 한·일 외교장관 회담 공동기자회견을 통해 위안부 문제 합의를 발표하자 위안부 피해자인 강 할머니 등이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침해당했다며 낸 헌법소원 사건이다.

정부의 합의는 위안부 문제에 대한 일본 정부의 책임을 인정하고, 한국 정부가 설립하는 위안부 피해자 지원재단에 일본 정부가 10억엔을 출연하는 내용이다.

그러나 합의 조건으로 한국 정부가 위안부 문제에 대해 다시는 문제 삼지 않기로 하는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드러나면서 불공정한 합의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게다가 일본 정부가 합의 발표 직후 유엔에 '위안부 강제연행은 증거가 없다'는 입장을 보내는 등 합의가 성사되기 이전 주장을 반복하자 합의를 철회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결국 강씨 등 위안부 피해자들과 피해자 자녀, 상속인 등은 "위안부 문제 합의로 인간의 존엄과 가치, 외교적으로 보호받을 권리, 재산권 등을 침해당했다"며 헌법소원을 냈다.

하지만 헌재는 3년이 지나도록 이 사건의 결론을 내리지 못한 상태다.

일본과의 외교적 마찰을 우려해 선고를 미루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뒤따른다.

특히 우리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 판결을 두고 일본 정부가 노골적인 무역 보복 조치로 대응하면서 헌재의 고민이 더욱 깊어질 것이라는 분석에 힘이 실린다.

이처럼 한·일 양국의 외교적 긴장이 격화한 상황에서 헌재가 양국이 체결한 합의마저 위헌이라고 결정한다면 외교 관계가 파국을 맞는 게 아니냐는 예상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실제로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이달 3일 NHK를 통해 중계된 당수 토론회에서 "(위안부 합의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도 (긍정적으로) 평가했는데 지켜지지 않고 있다"며 노골적인 불만을 드러냈다.

헌재는 외교적 파장에 관한 우려는 헌법재판과 무관하다는 원칙론적 입장을 내놓고 있다.

헌법소원을 청구한 당사자들의 구체적인 헌법적 권리가 침해되는지만 고려사항일 뿐 외교적 문제는 고려대상이 아니라는 취지다.

헌재 관계자는 "사건이 2016년 3월 접수된 뒤 헌재소장을 비롯해 9명 재판관 전원이 교체됐다"며 "사건을 처음부터 다시 검토해야 하는 상황인 만큼 최종결론을 내리는 데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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