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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골 닳아 골프 접었던 이원준, 프로 데뷔 13년 만에 우승

정희돈 기자

입력 : 2019.06.30 17:46|수정 : 2019.06.30 18:32


잊혔던 '골프 신동' 이원준이 프로 데뷔 13년 만에 첫 우승의 감격을 누렸습니다.

올해 34살의 호주 교포 이원준은 경남 양산 에이원 컨트리클럽에서 열린 코리안투어 KPGA선수권대회 최종일 연장 접전 끝에 정상에 올랐습니다.

2006년 프로 무대를 밟은 이원준은 그동안 한 번도 우승한 적이 없었습니다.

서형석과 18번 홀에서 치른 연장전에서 이원준은 3m 버디를 잡아내 파에 그친 서형석을 제쳤습니다.

최종 라운드에서 버디 3개, 보기 2개, 더블보기 1개를 적어내며 1타를 잃은 이원준은 4언더파 66타를 친 서형석에게 5타차 추격을 허용해 4라운드 합계 15언더파 265타로 연장전을 벌였습니다.

이원준은 연장을 치렀으나 나흘 내내 선두를 지킨 와이어투와이어 우승 기록을 남겼습니다.

잊혔던 '골프 천재'의 화려한 부활이었습니다.

주니어 시절에 괴력의 장타를 앞세워 아마추어 세계 랭킹 1위를 꿰찼던 이원준은 프로 데뷔 전인 2006년 코리안투어 삼성 베네스트오픈에서 준우승을 거두는 등 촉망받던 기대주였습니다.

하지만 정작 프로가 된 뒤에는 일본프로골프투어와 미국PGA 2부 투어, 코리안투어 등에서 단 한 번도 우승하지 못해 팬들의 기억에서 사라졌습니다.

프로 입문 5년 만에 손목 인대가 다 닳아 없어져 더는 골프를 칠 수 없다는 충격적인 진단을 받고 2년이 넘게 골프채를 놓아야 했고, 어렵게 복귀하고도 2017년에는 디스크 파열로 또 한 번 시련을 겪었습니다.

지난해부터 예전 기량을 서서히 회복한 이원준은 초청 선수로 출전한 이 대회에서 나흘 내리 선두를 달린 끝에 와이어투와이어 우승을 차지해 제2의 전성기를 예고했습니다.

우승 상금 2억원과 2024년까지 코리안투어 출전권을 받은 이원준은 오는 10월 제주에서 열리는 미PGA투어 더CJ컵 출전권까지 확보했습니다.

5타라는 넉넉한 타수 차 단독 선두로 최종 라운드에 나선 이원준이 첫 우승까지 가는 길은 쉽지 않았습니다.

5번 홀에서 티샷이 해저드에 빠지고 벌타를 받고 친 세 번째 샷마저 그린을 넘어가 더블보기를 적어내자 서형석, 이태훈 문경준 등 추격자 그룹과는 2타차로 좁혀졌습니다.

게다가 7번 홀에서 두 번째 버디를 잡아낸 서형석, 전준형은 1타차 턱밑까지 따라왔습니다.

이원준은 8번홀에서 4m 버디 퍼트를 집어넣고 9번 홀에서 벙커샷에 이은 1m 버디를 잡아내 한숨을 돌린 뒤 11번 홀에서 1.2m 버디로 4타차 여유를 되찾았습니다.

하지만 13번 홀에서 80㎝ 짧은 파퍼트를 놓치면서 이원준은 또 한 번 위기를 맞았습니다.

14번 홀까지 4타를 줄인 서형석에 1타차 추격을 허용한 이원준은 17번 홀에서 1.2m 파퍼트를 넣지 못해 공동선두를 내줬습니다.

18번 홀에서 티샷이 오른쪽 해저드 언저리에 걸렸지만 그대로 쳐낸 뒤 3m 파퍼트를 집어넣은 게 이원준을 살려냈습니다.

제네시스 포인트 1위 서형석은 5타차를 따라잡는 데는 성공했지만, 마지막 고비를 넘지 못해 아쉬움을 삼켰습니다.

5월 KB금융 리브 챔피언십 제패에 이어 시즌 2승은 무산됐으나 제네시스 대상 포인트 1위는 굳게 지켰습니다.

디펜딩 챔피언 문도엽은 1언더파 69타를 쳐 합계 8언더파 공동 20위에 머물렀습니다.

(사진=KPGA 제공,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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