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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J와 47년 '동행'한 이희호 여사…"평생의 동지"

권란 기자

입력 : 2019.06.11 07:15|수정 : 2019.06.11 0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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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이희호 여사는 마흔 살의 나이에 김대중 전 대통령과 부부의 연을 맺고 47년 동안 고락을 함께한, 그 어떤 측근보다 가까운 정치적 동지였습니다.

이 여사 스스로 '동행'이라 했던 파란만장한 세월을 권란 기자가 되짚어 봤습니다.

<기자>

김대중 이희호, 나란히 걸린 부부의 문패는 평생 동지였던 두 사람 관계를 상징적으로 보여줍니다.

당시로써는 드물게, 미국 유학까지 다녀온 엘리트 여성이었던 이 여사는 1962년, 주변의 만류에도 김 전 대통령과 결혼했습니다.

거듭되는 낙선에 부인과 사별하고 어려운 생활을 하던 김 전 대통령이었지만, '꿈이 큰 남자의 밑거름이 되겠다'며 동행을 자청했습니다.

납치와 구금, 사형선고, 고난을 함께 했고,

[이희호 여사 (지난 2008년 11월, 회고록 출간 기자간담회) : 재판정에도 나가지 못하고, 라디오를 통해서 겨우 엄청난 사형선고를 들었을 때, 그때가 제일 고통스러웠습니다. ]

미국 망명과 가택 연금 등 이어진 풍파에도 힘든 내색도 하지 않았습니다.

[이희호 여사/지난 1997년 : 저는요, 남편의 마음을 편안하게 해 드리고 싶었어요. 단 한 번도 바가지를 긁은 적이 없어요.]

네 번의 도전 끝에 이뤄진 대통령 당선과 노벨평화상 수상까지, 이 여사의 조력은 절대적이었습니다.

[이희호 여사/지난 1997년 대통령 선거운동 당시 : 편안해요? (편안해요. 아주 일생이 호강이에요.)]

이 여사는 정치인의 아내로서뿐 아니라 민주화 운동, 사회 운동에 동참했고,

[이희호 여사/지난 97년 11월, 여성과 경영 포럼 : 여성 문제에 관해서 작은 도움이나마 저의 최선을 다하려고 생각합니다.]

김 전 대통령의 뜻을 이어받아 남북 관계 개선을 위해서도 앞장서 왔습니다.

[이희호 여사/지난 2015년 8월, 방북 이후 귀국 기자회견 : 다음 세대에 분단의 아픔을 물려주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생각했습니다.]

이 여사는 이제 질풍노도 같은 한국 현대사를 함께 걸어온 평생의 동지, 김 전 대통령 곁으로 떠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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