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부패수사 담당 판·검사간 통화내용 공개 '담합의혹'

브라질에서 지난 2014년 3월부터 계속되는 권력형 부패 수사를 둘러싸고 사법부와 검찰의 담합 의혹이 제기되면서 파문이 확산하고 있습니다.

10일(현지시간) 브라질 언론에 따르면 '인터셉트 브라질'이라는 웹사이트는 전날 부패 수사가 한창 진행될 당시 세르지우 모루 전 연방판사(현 법무장관)와 부패수사팀 연방검사들 간에 오간 휴대전화 통화 내용을 공개했습니다.

'인터셉트 브라질'은 당시 모루 전 판사가 데우탄 달라기뇨우 검사 등과 부패 수사 방향을 조율했으며, 이는 모루 전 판사가 부패 수사 방향을 사실상 지휘했다는 증거라고 주장했습니다.

통화 중에는 검사들이 좌파 노동자당(PT)과 연방대법원을 비판하는 내용도 담겨 있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연방경찰은 '인터셉트 브라질'이 모루 전 판사와 검사들 간의 휴대전화 통화를 불법 해킹했다고 보고 조사에 나설 방침이라고 밝혔으나 그보다는 편파 수사 논란이 더 크게 부각될 수 있는 상황입니다.

노동자당 등 야권은 즉각 모루 전 판사에게 의회에 출석해 해명하라고 요구했으며, 연방검찰 위원회는 달라기뇨우 검사 등에 대해 조사에 착수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부패혐의로 수감 중인 노동자당의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전 대통령 측 변호인은 "모루 전 판사와 검사들이 정치적 목적으로 담합 수사를 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강하게 반발했습니다.

지난해 대선을 앞두고 룰라 전 대통령의 출마를 막기 위한 의도가 깔렸다는 주장입니다.

이와 관련, 연방대법원의 일부 대법관이 "모루 전 판사가 내린 재판 결과 가운데 일부가 번복될 수도 있다"는 견해를 밝혔습니다.

모루 전 판사는 '수사 담합' 주장을 강하게 부정했으나 '반부패 아이콘'이라는 명성에 상처를 입을 것으로 보입니다.

모루는 연방법원 1심 판사로 재직하는 동안 권력형 부패 스캔들을 파헤치는 '라바 자투(Lava Jato, 세차용 고압 분사기)' 수사를 이끌었습니다.

이 수사로 중남미 최대 건설업체인 오데브레시의 최고경영자(CEO)였던 마르셀루 오데브레시에게 징역 19년형, 룰라 전 대통령에게 징역 12년 1개월이 각각 선고됐습니다.

반부패의 상징적 인물로 떠오른 모루는 자이르 보우소나루 대통령에 의해 법무장관으로 발탁됐으며, 유력한 대법관 후보로도 거론되고 있습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