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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대북노선 균열·혼선…"폼페이오, 트럼프-볼턴 사이 줄타기"

입력 : 2019.05.30 02:42|수정 : 2019.05.30 02:45


'하노이 노딜'로부터 3개월이 흐른 지금, 대북 접근법을 둘러싼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 내 파열음과 혼선이 본격 표면화하고 있다고 미 ABC방송이 28일(현지시간) 보도했습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톱다운 대화' 불씨를 살리려는 트럼프 대통령과 '슈퍼 매파'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의 불협화음이 외부로 노출된 가운데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양측 사이에서 '줄타기'를 하는 모습도 연출되고 있습니다.

ABC방송은 "북한 관영 매체의 도발적 언급들과 최근의 미사일 발사에도 불구, 트럼프 대통령은 합의를 위해 '서두를 게 없다'면서도 김정은 위원장이 앞으로 나아갈 올바른 길을 이해하고 있다면서 협상에 대한 장밋빛 그림을 계속 그리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과 볼턴 보좌관의 파열음은 트럼프 대통령의 3박 4일간 일본 국빈 방문 중에 여과 없이 밖으로 드러난 바 있습니다.

앞서 볼턴 보좌관은 지난 25일 북한의 두 차례 발사에 대해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를 의심의 여지 없이 위반한 단거리 탄도 미사일 발사"라고 규정했으나, 트럼프 대통령은 26일 트윗과 27일 미일 정상회담 직후 공동기자회견 발언을 통해 이를 잇달아 반박했습니다.

볼턴 보좌관이 '단거리 탄도 미사일'로 규정한 발사체를 '작은 무기들'이라고 부르며 유엔 결의 위반이라는 지적에 "견해를 달리한다"고 못박은 것입니다.

이에 대해 오바마 행정부 시절 국무부 동아태 부차관보를 지낸 마이클 푹스는 "(트럼프 행정부의) 뒤섞인 메시지와 일관성 없는 정책의 단면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의 도발적 행위에 대해 명백히 문제를 짚으면서도 동시에 북한과의 대화 의지를 분명히 할 수 있다는 걸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러한 틈바구니에서 대북 비핵화 협상의 '키맨'인 폼페이오 장관은 '줄타기'를 시도하고 있다고 ABC방송은 분석했습니다.

폼페이오 장관의 '입'이라 할 수 있는 모건 오테이거스 국무부 대변인이 브리핑을 통해 ' 북한의 발사가 유엔 결의 위반이라는 게 국무부의 입장이냐'는 질문에 탄도 미사일과 관련해서는 명시적 언급을 피한 채 "북한의 대량살상무기(WMD) 프로그램 전체가 유엔 대북제재 결의 위반"이라는 원론적 표현으로 어정쩡한 스탠스를 보인 것을 두고서입니다.

ABC방송은 "오테이거스는 국무부가 이번 발사에 대해 (유엔 대북제재 결의에 대한) 위반이라고 판단하는지에 대해 언급하지 않으려고 했다"며 "중간자적 접근법을 취하려고 시도한 셈"이라고 풀이했습니다.

앞서 데이비드 이스트번 국방부 대변인은 지난 9일 발사된 북한의 두 번째 발사체를 '탄도 미사일'로 규정한 바 있다고 이 방송은 지적했습니다.

ABC방송은 국무부가 향후 대화와 협상의 문을 열어두기 위해 한층 '톤'을 부드럽게 했으나, '북미 간 대화 진행 여부'와 관련해서 국무부와 볼턴 보좌관이 엇박자를 드러냈다고 전했습니다.

오테이거스 대변인은 지난 22일 브리핑에서 "대화와 협상들은 진행 중"이라는 언급을 했으나, 볼턴 보좌관은 지난 25일 미국이 하노이 정상회담 이후 북측 카운터파트들로부터 '응답'을 듣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는 것입니다.

볼턴 보좌관의 발언이 사실인지에 대해 국무부는 답변을 거부했다고 ABC방송은 보도했습니다.

ABC방송은 "폼페이오 장관 등 미 행정부 당국자들은 김정은이 비핵화에 합의했다고 말하고 있지만, 북미는 비핵화의 정의에 대해서조차 다른 개념을 갖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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