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핵 합의 탈퇴 1년을 맞아 이란 정부도 핵 합의에서 약속한 핵 프로그램 제한을 일부 어기는 강수를 내놨습니다.
당장 핵무기 제조로 이어질 수 있는 활동을 재개하진 않겠지만, 핵 합의가 붕괴하는 최악의 시나리오에 대비하겠다는 것을 시사한 것입니다.
트럼프 미 정부는 일방적으로 핵 합의를 깨고 이란을 압박해 새롭고 포괄적인 핵 합의 재협상을 요구했지만, 이란은 이에 정면으로 대치하는 카드를 선택했습니다.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은 오늘(8일) 오전 생방송 된 대국민 연설을 통해 지난 1년간 이란은 최대한의 인내를 발휘했다며 핵 합의에서 정한 농축 우라늄과 중수의 보유 한도를 지키지 않겠다고 선언했습니다.
핵 합의에 따르면 이란은 2030년까지 농도 3.67%까지만 우라늄을 시험용으로 농축할 수 있고, 보유량도 최대 300㎏이 상한입니다.
3.67%는 경수로의 연료로 쓸 수 있는 우라늄의 농도입니다.
플루토늄 생산이 쉬운 중수로의 감속재, 냉각제로 쓰이는 중수의 생산 한도량은 130t으로 제한받고 있습니다.
그간 이란은 핵 합의에 따라 이 한도를 벗어난 농축 우라늄과 중수를 러시아와 오만에 반출했고, 이를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분기별로 확인했습니다.
서방이 이란의 농축 우라늄과 중수 보유 한도량을 제한한 것은 이란이 핵 합의를 몰래 어기기로 할 경우 핵무기를 완성할 때까지 걸리는 시간을 늘리기 위해서였습니다.
이란이 농축 우라늄과 중수의 초과분을 외국으로 보내지 않고 국내에 저장하겠다고 한 조처는 핵 합의 위반이지만 미국의 제재를 고려한 불가피한 결정이기도 합니다.
미국은 지난 3일 이란이 농축 우라늄과 중수 초과분을 외국으로 내보내는 일을 지원하는 행위를 제재 대상으로 지정했습니다.
이란 정부의 이번 결정은 이란이 핵 합의에서 이탈하는 방법 가운데 최소한이라고 볼 여지도 있습니다.
왜냐하면, 당장은 핵무기 개발을 위해 가장 중요한 활동인 고농도 우라늄 농축 카드는 제외하고, 우라늄의 농축 농도는 유지했기 때문입니다.
로하니 대통령은 유럽은 60일 안에 협상해 금융, 원유 수출 등 핵 합의에서 약속한 의무를 이행해야 한다며 마지막 협상 테이블로 유럽을 불러들였습니다.
이란 안보정책을 결정하는 최고국가안보회의는 60일 안으로 유럽과 협상이 실패하면 우라늄 농축도를 올릴 뿐 아니라 아라크 중수로의 현대화를 중단하겠다고 결정했습니다.
중수로는 사용후 핵연료 재처리로 핵무기의 원료 플루토늄을 바로 획득할 수 있습니다.
장시간, 첨단 기술이 필요한 우라늄 농축보다 쉽게 핵무기를 제조할 수 있는 방법입니다.
아라크 중수로는 핵합의에 따라 핵무기 제조에는 부족한 양의 플루토늄을 생산할 수 있도록 연구·의학용으로 설계 변경됐습니다.
따라서 이 설계변경을 중단한다는 것은 핵무기와 직결된 플루토늄도 본격적으로 생산하겠다는 뜻입니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