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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언론 "조종사 잇단 실수, 여객기 화재 참사 부른 듯"

김혜영 기자

입력 : 2019.05.07 23:49|수정 : 2019.05.07 23:49


승객과 승무원 등 40여 명의 목숨을 앗아간 러시아 여객기 화재 참사는 조종사의 실수가 결정적 원인인 걸로 보인다고 현지 유력 일간 '코메르산트'가 소식통들을 인용해 현지시간으로 오늘(7일) 보도했습니다.

신문은 "블랙박스 해독 작업 등이 끝나야 정확한 원인이 드러나겠지만 조종사가 이미 냈던 일련의 실수로 사고가 났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습니다.

신문은 조종사의 첫 번째 실수로 천둥·번개가 치는 악천후 지역을 관통해 비행하기로 한 점을 지적했습니다.

이어 낙뢰에 맞아 자동조종장치와 지상 관제소와의 주요 통신장치 등이 고장 난 상황에서 서둘러 비상착륙을 결정한 것도 문제였다고 꼬집었습니다.

신문은 또 기장이 착륙 과정에서도 수동 착륙에 미숙함을 드러냈고 랜딩기어가 활주로와 충돌하는 상황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다고 전했습니다.

현지 RBC 통신은 조종사들이 착륙 직후 창문을 연 것이 사실상 화재를 더 키운 행위였다고 러시아 수사당국과 연방항공청을 인용해 보도했습니다.

조종사들은 또 착륙 후 곧바로 엔진을 끄지 않는 실수도 저지른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러시아 항공청은 이번 사고 뒤 여객기가 속한 국영항공사 '아에로플로트' 조종사들의 교육 시스템을 점검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앞서 지난 5일 저녁 6시 2분쯤 러시아 북부 도시 무르만스크로 가기 위해 모스크바 북쪽 셰레메티예보 국제공항을 이륙했던 러시아 국영 아에로플로트 항공사 '슈퍼 제트 100' 기종 여객기가 약 28분간의 비행 뒤 회항해 비상착륙하는 과정에서 기체에 화재가 발생하면서 대형 참사가 났습니다.

사고 여객기에 탑승했던 73명의 승객과 5명의 승무원 중 승객 40명과 승무원 1명 등 41명이 숨졌습니다.

코메르산트에 따르면 사고기 기장 데니스 예브도키모프는 이륙 14분 뒤 비상통신채널을 통해 관제소에 연락해와 "여객기가 낙뢰를 맞아 주요통신장치와 자동조종장치가 고장났다"면서 회항하겠다고 알렸습니다.

관제소와의 주 연락 채널이 단절된 상태에서 자동조종장치 고장으로 하강 속도와 각도 등을 계기판 수치와 전문적 경험에만 의존해 착륙해야 하는 상황이었습니다.

모스크바에서 무르만스크까지 2시간여 비행에 필요한 양의 연료도 대부분 그대로 남아 있어 착륙 중량도 큰 상태였습니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당시 12.4t의 연료를 싣고 이륙한 여객기가 약 2.5t의 연료를 소모해 10t 정도를 싣고 착륙했다고 타스 통신에 전했습니다.

비상착륙은 원만하게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여객기가 너무 빠른 속도로 하강하면서 랜딩기어 바퀴가 활주로 콘크리트에 강하게 충돌하면서 기체가 3차례나 튕겨 나갔습니다.

전문가들은 두 번째의 강한 충돌에서 랜딩기어가 기체 중앙과 날개 쪽에 있는 연료통을 타격했고 유출된 연료가 가동 중인 엔진으로 흘러들면서 발화가 일어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이후 여객기가 정지했지만 동체 뒷부분이 완전히 화염에 휩싸여 통제 불능상태가 됐습니다.

대다수 승무원과 앞쪽에 앉아 있던 승객들은 비상 트랩을 이용해 탈출하는 데 성공했지만 뒤편에 있던 승객들은 여객기가 활주로에 충돌하는 순간 심한 부상을 입어 스스로 탈출하기 어려웠던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여객기 앞쪽에 탔던 승객 가운데 일부가 짐칸에 있는 수화물을 찾으려고 통로를 막고 있었던 것이 희생을 키웠다는 증언도 나왔습니다.

사고조사위원회는 현장에서 블랙박스를 수거해 해독 작업에 들어갔습니다.

하지만 비행기록장치(FDR)와 음성기록장치(CVR)로 구성된 2개의 블랙박스 가운데 FDR이 강한 열에 심하게 손상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조사위원회는 또 지상 관제소가 비상상황에 신속히 대응하지 못했을 가능성도 조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슈퍼 제트 100 기종 자체의 결함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습니다.

사회변혁운동 지원 온라인 사이트 'Change.Org'에선 슈퍼 제트 100 기종의 비행을 전면 중지하자는 서명 운동이 벌어지고 있으며 오늘(7일) 오전 현재 13만 명 이상이 서명했습니다.

청원 운동 제안자들은 "러시아 항공 당국이 일시적으로라도 슈퍼 제트 100 기종의 비행을 중단시켜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이번 여객기 사고 사망자 유족들에겐 아에로플로트 항공사에서 500만 루블, 사망자 거주 지역 지방 정부에서 200만 루블, 보험사에서 200만 루블 등 모두 900만 루블, 우리 돈으로 약 1억 6천만 원의 배상금과 위로금이 지급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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