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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 낳으려다 '집단 로드킬'…오대산 개구리 구조 작전

조재근 기자

입력 : 2019.03.18 08:00|수정 : 2019.03.18 0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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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겨울잠에서 깨어난 개구리들이 알을 낳으려고 도로를 건너다 수천 마리씩 로드킬을 당하는 곳이 있습니다. 강원도 강릉의 오대산 자락 마을 주민들이 개구리 구조 작전에 나섰습니다.

조재근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오대산을 가로지르는 국도 변에 국립공원 직원과 마을 주민이 모였습니다.

안전 펜스 하단 5백 미터를 그물로 막은 뒤 드문드문 플라스틱 통을 묻어 둡니다.

밤늦은 시각 다시 찾아갔더니 통마다 수십 마리씩 개구리가 담겨 있습니다.

겨울잠에서 깨어나 알을 낳으려고 이동하던 북방산개구리입니다.

곧바로 산란장인 웅덩이로 옮겨집니다. 웅덩이는 개구리 울음소리로 시끄러울 정도입니다.

주민들이 이렇게 개구리 보호에 나선 건 5년 전부터입니다.

개구리가 주로 겨울잠을 자는 곳은 좌측의 산과 하천입니다. 알을 낳기 위해서는 이 도로를 가로질러 우측의 웅덩이까지 도달해야 합니다.

길을 건너다가 해마다 수많은 개구리가 로드킬을 당했습니다.

[고광석/마을주민 : 그물 설치하기 전에는 진짜 많이 도로에서 (차에) 깔려 죽었어요. 비 온 다음 날 아침에 나오면 비린내가 진동했으니까.]

주민들은 자발적으로 개인 땅을 웅덩이와 논으로 만들었습니다.

[이호/오대산국립공원사무소 : 주민들께서 땅을 무상으로 제공하고 거기다 농사를 짓는 이유도 개구리들이 나중에 그걸 먹이로 사용할 수 있게끔 하는 목적이 있기 때문에….]

이 웅덩이와 논은 두꺼비와 도롱뇽, 무당개구리까지 차례로 산란장으로 이용해 주변 생태계 유지에 큰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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