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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층간소음 못참아"…경찰, 천장에 '보복소음' 스피커 설치 조사

권태훈 기자

입력 : 2019.03.09 15:56|수정 : 2019.03.09 16:12


청주시 청원구의 한 아파트에 사는 A(40)씨는 지난달 10일 오전 6시께 아래층에서 아기 울음소리가 끊이지 않아 112에 신고했습니다.

경찰은 "아기를 세탁기에 넣고 돌리는 것 같은 소리가 난다"는 A씨의 아동학대 의심 신고를 접수하고 현장에 출동했습니다.

경찰관이 현장에 도착해 집 안에 들어가 보니 아기는커녕 사람 한명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아기 울음소리를 내는 것은 방안 천장에 설치된 대형 스피커였습니다.

이 집 주민 B(45)씨는 이날 새벽 '아기 울음소리', '망치 두드리는 소리', '세탁기 돌리는 소리' 등을 자동재생으로 설정해놓고 출근했던 것입니다.

A씨와 B씨는 평소 층간 소음 문제로 갈등을 겪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B씨는 윗집에서 강아지를 키우며 '쿵쿵'하는 소음이 났다고 주장했습니다.

몇 차례 항의했지만, 소음이 이어지자 B씨는 '층간 소음 보복 전용 스피커'를 온라인에서 구매해 설치했습니다.

그가 구매한 스피커는 천장에 설치하도록 설계된 것으로 8인치 크기 진동판이 장착돼 있고 최대출력은 120W입니다.

포털사이트에서는 B씨가 구매한 제품 등 '층간 소음 대처 전용 스피커'를 쉽게 구매할 수 있습니다.

한 제품은 구매 리뷰가 800여개 달리기도 했습니다.

청원경찰서는 폭행 등의 혐의로 B씨를 불구속 입건하고 사건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경찰 관계자는 "위층의 생활소음에 불만을 품고 보복성으로 천장에 스피커를 달아 의도적으로 큰 소리를 내는 행위는 경범죄처벌법상 통고처분이나 형사처벌 받을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신체 접촉이 없더라도 극심한 소음으로 피해자가 신체적·정신적 피해를 본 경우 폭행죄가 성립할 수 있다"며 "B씨의 경우 추가 조사가 필요하다"고 덧붙였습니다.

지난해 10월 광주에서는 층간 소음에 불만을 품고 아파트 윗집에 찾아가 망치로 벽을 치고, 피해자의 집 안으로 들어가 행패를 부린 60대 남성이 특수폭행 혐의로 입건되기도 했습니다. 

(사진=청주 청원경찰서 제공,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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