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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담 결렬' 언급 안 한 북한 매체…공은 다시 트럼프에게

정윤식 기자

입력 : 2019.03.01 07:32|수정 : 2019.03.01 0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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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스튜디오에 정치부 정윤식 기자 나와 있습니다.

정 기자 어서 오세요, 북한의 조선중앙통신도 어제(28일) 회담 결렬 상황을 다뤘는데 뭐라고 보도했습니까?

<기자>

조금 전 북한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는데 입장이 조금 달라졌습니다.

두 정상 간의 합의가 무산됐다, 이런 점은 언급하지 않았고요, 북미 양측이 생산적인 대화를 이어가기로 했다, 이렇게 보도했습니다.

즉 어제 트럼프 대통령이 기자회견에서 말한 협상 결렬의 이유를 정면으로 반박했던 리용호 외무상의 말에서 불과 5시간여 만에 북한의 발언이 한 단계 누그러진 겁니다.

이번 회담으로 북한과 미국이 서로 존중과 신뢰를 두텁게 했다, 한반도 비핵화의 북미 관계 발전을 위해서 생산적인 대화를 계속 이어나가겠다 이런 말도 나왔는데요, 이번에는 비록 결렬됐지만 북한이 앞으로도 회담을 통해서 얻을 건 얻고 계속 논의하겠다, 이런 의지를 나타낸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앵커>

뭐 일종의 톤다운도 있었고, 내부적으로는 대화를 이어가겠다는 얘기를 하고 싶었던 것 같기도 하고요, 북한이 밝힌 입장, 미국이랑 굉장히 많이 달랐어요.

<기자>

맞습니다. 아주 다른데요, 트럼프 대통령이 기자회견에서 질문을 받고 답하는 과정에서 이런 말이 나왔는데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는 과정에서 기본적으로 그들, 그러니까 김정은 위원장 등 북측의 회담 참석자들이 제재를 전부 해제받기를 원했다, 이렇게 말한 겁니다.

그런데 제재 완화가 아니라 해제, 트럼프가 영어로 리프트라는 표현을 썼었는데요, 해제를 뜻하는데요.

트럼프는 북한에 걸려 있는 UN 제재를 모두 풀어달라는 요구는 과도하다, 그래서 들어줄 수 없었다, 이렇게 말하고 있는 겁니다.

<앵커>

북한이 말하는, 자신들은 제재 완화 일부분만 요구했다, 이렇게 얘기를 하고 있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입니까?

<기자>

리용호 외무상은 아니고 강경 발언으로 유명한 최선희 부상이 기자들 앞에서 답변을 했는데요.

최선희 부상이 언급한 건 일단 UN 결의안 2,270호와 2,375호입니다.

내용을 보면 UN에서 2016년에 대북 경제 제재 결의안으로 채택된 2,270호는 북한의 무기 거래와 대량살상무기 수출을 통제하고, 특히 석탄이나 철 등 광물의 수출을 금지하는 결의안입니다.

원자재 수출로 외화벌이를 했던 북한에 타격을 안겼던 조치인데, 또 하나 2,375호는 유류 공급 등에 대한 제한인데요.

북한에 수출하는 석유의 양을 30%가량 차단하고, 북한 선박과 물품 거래 금지, 또 북한과 합작 기업을 중단하는 조치도 포함됩니다.

<앵커>

그러니까 참관이 더해진 영변 핵 폐기랑 석탄 수출, 또 석유 수입 등의 제재 완화가 맞바꿀 카드가 되느냐 안 되느냐를 놓고 양쪽이 부딪혔던 거네요.

<기자>

맞습니다. 카드가 안 맞았다, 이렇게 볼 수 있습니다.

일단 리용호 외무상에 따르면 북한은 미국 전문가들까지 불러서 검증까지 허용하고 영변 핵시설 폐기를 하겠다고 했는데 미국이 북한의 요구를 거절했다는 건데요.

북한 입장에서는 이게 수십 년간 외교의 무기이자 체제를 지탱하게 해준 그런 시설을 다 내주었는데 제재 좀 풀어줘라 이겁니다.

물론 미국과 북한의 말이 지금 엇갈리는 지점이 있기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이 귀국한 뒤에 나올 다음 발표를 봐야 하는데요.

북한의 주장에 따르면 그들이 이른바 마지노선마저 미국이 거부했다, 이래서 합의가 무산됐을 가능성이 커 보입니다.

<앵커>

어쨌거나 영변 핵시설 동결이나 연락사무소 설치 수준에 머물 거다, 이런 얘기가 나왔던 것에 비해서 막상 뚜껑을 열어놓고 보니까 합의가 무산이 됐지만 상당히 진전된 안을 놓고 양측이 테이블에 마주 앉았던 것 같아요, 이런 부분은 굉장히 긍정적으로 보이네요, 그리고 마지막에 리용호 외무상이 기자회견 말미에 우리의 이런 원칙적 입장에는 추호도 변함이 없을 것이고, 앞으로도 미국이 다시 협상을 제기해와도 우리의 방향에는 변함이 없을 거다, 이런 의미심장한 말을 했는데 어떻게 수습이 될까요.

<기자>

그 말을 해서 사실은 이제 북한과 미국이 쉽지 않을 것이다, 이런 예상들이 지금 나왔는데요.

지금 아까 처음에 말씀드렸던 것처럼 조선중앙통신 보도가 나온 것을 보면 북한은 여전히 미국과 대화를 할 의지가 있다, 이렇게 또 볼 수가 있을 것 같습니다.

지금 아직 만날 일정은 없는데 지금 이제 미국이 북한의 이번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은 건 천재일우의 기회를 놓쳤다, 이런 식으로 말을 했는데 사실 북한이 공을 다시 트럼프 대통령에게 던진 셈이거든요.

그러면 일단 트럼프 대통령이 워싱턴에 도착해서 오늘 이 기자회견과 조선중앙통신 보도에 대해서 어떻게든 반응을 보일 거고요.

그다음에 폼페이오 국무장관 등 실무진을 언제 북한에 보내느냐, 이런 것들을 보면 향후 북미 관계와 추가 회담의 가능성, 이런 것들을 진단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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