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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내 아이들이 평생 핵을 이고 살아가길 원치 않아'"

송욱 기자

입력 : 2019.02.23 13:46|수정 : 2019.02.23 13:46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자신의 자녀들이 평생 핵을 지니고 살기를 원하지 않는다고 말했다고 앤드루 김 전 CIA 코리아미션센터장이 전했습니다.

김 전 센터장은 22일(현지시간) 스탠퍼드대학의 월터 쇼렌스틴 아시아ㆍ태평양연구소 강연에서 당시를 회고하며 이같이 말했습니다.

그는 지난해 3월 31일∼4월 1일로 알려졌던 폼페이오 장관의 1차 방북의 배경과 관련, "주요 목적은 한국 특사단이 우리에게 전한 부분을 확인하기 위해서였다"며 지난해 3월 방북 후 특사단으로 방미했던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서훈 국정원장이 '김 위원장이 비핵화할 의지가 있다'고 미국 측에 전달한 메시지를 확인하기 위한 차원이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는 "우리는 동맹을 신뢰하지만, 그와 별도로 확인하고 검증해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김 전 센터장이 폼페이오 장관을 수행해 평양에 갔을 때 폼페이오 장관은 김 위원장에게 '비핵화할 의향이 있는가'라고 물었고, 이에 김 위원장은 "아시다시피 나는 아버지이자 남편이다. 그리고 내게는 아이들이 있다. 나는 내 아이들이 핵을 이고 평생 살아가길 원하지 않는다"라고 답했다고 김 전 센터장이 전했습니다.

김 위원장은 이와 함께 면담 동안 비핵화를 하겠다는 의지뿐 아니라 북한이 핵무기를 포기하기 전에 신뢰를 구축하기 위한 일환으로 북미 관계를 개선하겠다는 욕구도 강하게 강조했다고 김 전 센터장은 말했습니다.

김 전 센터장은 "김 위원장의 발언이 뜻했던 것은 북미가 70년 이상 적대관계를 가져온 만큼, 그가 핵 야망을 포기할 수 있을 정도로 충분히 미국을 신뢰할 수 있게 북미 양측이 따뜻한 관계와 믿음을 쌓는데 집중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김 전 센터장은 북한이 '북한의 비핵화'라는 표현 대신 '한반도 비핵화'라는 표현을 쓰는 것과 맞물려 미국의 전략자산 반입 중단 요구에 대한 입장이 뭐냐는 질문을 받고 협상 과정에서 직접적으로 거론한 적은 없다고 전했습니다.

북한이 이를 요구사항의 우선순위로 두기보다는 회담을 앞둔 국면에서 협상 카드로 활용하기 위해 꺼내는 차원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북미 막후 협상 과정에서 '키맨' 역할을 해온 한국계 김 전 센터장은 지난해 12월20일자로 은퇴한 뒤 이 연구소의 방문학자로 자리를 옮겼습니다.

김 전 센터장은 지난해 폼페이오 장관의 네 차례 방북에 모두 동행했습니다 김 전 센터장이 공개적인 발언에 나선 것은 현직에 있을 때를 포함해 처음으로, 미 정보기관 고위 당국자 출신 인사가 공개 강연에 나선 것 자체가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옵니다.

김 전 센터장은 강연에 들어가면서 "오늘 내가 이야기하려는 것은 단지 개인적인 견해로, 미국 정부의 공식적 입장과는 관련이 없다"고 선을 그었지만, 제2차 북미 정상회담을 목전에 두고 미 정부가 북한을 향해 보내려는 메시지와도 무관치 않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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