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伊 외교차관 "북한, 잠적 외교관 딸 강제 북송했으면 책임져야"

김혜영 기자

입력 : 2019.02.21 01:15|수정 : 2019.02.21 01:15


▲ 잠적한 조성길 전 주이탈리아 북한 대사대리 

주이탈리아 북한대사관이 작년 11월 귀임을 앞두고 잠적한 조성길 전 대사대리의 딸을 평양으로 강제 송환했다는 주장이 사실이라면 북한 측이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이탈리아 외교차관이 경고했습니다.

만리오 디 스테파노 외교차관은 태영호 전 영국주재 북한공사의 이 같은 주장이 언론을 통해 전해지자 현지시간으로 어제(20일) "관련 내용이 사실로 드러난다면, 이는 유례없는 엄중한 일이 될 것이다. 이 경우 책임이 있는 사람들은 대가를 치러야 할 것"이라고 페이스북을 통해 밝혔습니다.

조성길 전 대사대리는 이탈리아에서의 임기를 마치기 직전인 작년 11월 부인과 함께 행방을 감춘 뒤 이탈리아의 보호를 받으면서 서방 국가로의 망명을 타진하고 있거나, 이미 서방의 특정 국가로 망명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태영호 전 공사는 주이탈리아 북한대사관이 작년 11월 당시 조성길 전 대사대리의 이상 동향을 파악하고 즉시 이탈리아에 있는 조 전 대사대리의 딸을 평양으로 송환했다고 어제 밝힌 바 있습니다.

태 전 공사는 지난 1개월 간 다양한 경로로 해당 사실을 최종 확인했다면서 "이탈리아 주재 북한대사관에서 조성길의 동향이 이상하니 일단 즉시 외교관을 붙여 고등학생으로 추정되는 조성길의 딸을 비행기로 평양에 들여보냈다"고 전했습니다.

집권 '오성운동' 소속인 디 스테파노 차관은 이에 대해 "이탈리아는 조 전 대사대리의 딸을 보호했어야 했다"며 "그의 딸이 세계 최악의 정권 가운데 하나로부터 고문을 당하고 있을 것"이라고 우려했습니다.

한편, 북한을 자주 왕래하며 이탈리아 정가에서 북한 사정에 가장 밝은 인물로 여겨지는 안토니오 라치 전 상원의원은 조성길 전 대사대리의 자녀가 강제로 북송됐다는 태 전 공사의 주장은 사실이 아니라고 일축했습니다.

일간 일조르날레 등에 따르면 라치 전 의원은 조성길 부부가 미성년 딸을 혼자 버려두고 자취를 감췄고, 새로 부임한 대사대리가 이에 따라 그의 딸을 평양으로 돌려보내기로 자연스럽게 결정한 것이라며 "그러므로, 이번 일은 납치나 강제 송환이 아니다. 조 전 대사대리의 딸은 평양에서 조부모와 함께 잘 지내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라치 전 의원은 뉴스통신 AdnKronos에는 조 전 대사대리의 딸이 장애를 갖고 있다고 소개하며, 조 전 대사대리 부부가 잠적 시 불편을 우려해 딸을 데려가는 것을 포기했을 것이라는 의견을 제시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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