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행 현장에 떨어진 배터리 등의 작은 단서가 살인 사건의 범인을 찾아내는 실마리가 됐습니다.
28일, SBS '모닝와이드'에서는 지난 2012년 경기도의 한 도로에서 발생한 살인사건의 전말을 다뤘습니다.
뭔가에 쫓기듯 급하게 마을길을 내달리던 차량. 공포에 질린 여성은 남편이 괴한에게 공격받고 있다며 이웃에게 도움을 요청했습니다. 여성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구급대원과 경찰은 피를 흘린 채 쓰러져 있던 남성을 신속히 병원으로 이송했습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남성은 12일 후 사망하고 말았습니다. 둔기로 머리를 집중 공격당한 게 사망에 이르게 된 원인이었습니다.
사건 발생 당일 부부는 각자의 볼일을 보기 위해 저녁 시간 짧은 외출을 나갔다가 함께 귀가했다고 합니다. 집앞에 도착한 순간 괴한들의 느닷없는 습격에 피해자가 그 자리에 쓰러졌고 뒤늦게 상황을 알아챈 아내는 가까스로 차량을 운전해 탈출했던 겁니다. 피해자는 왜 자신의 집앞에서 이런 끔찍한 죽임을 당해야 했던 걸까요. 피해자의 집에는 4대의 CCTV가 설치되어 있었습니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범인의 모습이 전혀 녹화되어 있지 않았던 겁니다. 다행히 차량 블랙박스에 범인의 모습이 찍혀 있었습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범인들의 얼굴을 식별할 수가 없었습니다. 피해자를 살해하고 달아나기까지 고작 3분밖에 걸리지 않은 현장에서 범인을 특정할 단서를 찾아야 했습니다. 오랜 감식 끝에 찾아낸 단서는 총 3가지였습니다. 먼저 발견된 건 범행 지점과 가까운 곳에 떨어져 있던 4각 건전지와 그 4각 건전지를 고정하고 있었을 것으로 보이는 배터리 덮개였습니다. 그리고 현장과 다소 떨어진 지점에서 범인이 착용하고 있었을 것으로 보이는 비옷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유일한 목격자이자 피해자인 아내가 범인들이 전자 충격기를 갖고 있었다고 진술해 현장에서 발견된 사각 건전지와 배터리덮개는 범인의 손에 들린 전자충격기에서 떨어져나온 걸로 추정할 수 있었습니다. 범행 도구를 미리 준비해 범인들이 단시간에 범행을 저지른 점으로 청부살인 가능성에 무게를 두게 됐습니다. 피해자는 주차 문제로 인해 이웃 남성과 마찰을 빚고 있었다고 합니다. 폭행 시비로 법적 공방 중이던 이웃 남성이 피해자를 살해한 아니었을까요? 의심스러운 인물은 혐의를 극구 부인하는 이웃 남성뿐만이 아니었습니다. 사건 3일 전 피해자는 동업자를 찾아갔었다고 합니다. 투자한 땅에 대한 수익금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는 것에 격분한 피해자가 동업자의 건설 현장을 찾아가 공사를 중단시킨 것이었습니다. 금전 문제로 인해 최근 다툼이 잦았던 동업자가 피해자를 살해한 범인은 아니었을까요. 동업자는 범행을 극구 부인하며 자신의 알리바이를 주장했고 조사 결과 의심스러운 두 남성 모두 현장 주변이
아닌 다른 곳에 있었던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경찰은 의심스러운 두 남성과 통화나 메시지를 주고받은 사람들 또 그 사람들과 연락을 한 사람들까지 수사망에 포함시켰고 수사 목록에 있던 인물 중 전자충격기 소지 허가를 받은 사람이 있는지에 대한 확인 작업을 펼쳤습니다. 수사망은 동업자 주변으로 좁혀졌습니다. 동업자와 몇 차례 통화했던 내역이 있던 인물의 전자충격기를 확인한 결과 최근 사용된 흔적이 없다는 결론이 났습니다. 의심해 볼 여지가 충분했던 동업자 후배의 주거지를 수색했지만 끝내 전자충격기를 찾을 수는 없었습니다. 전자충격기 소지 허가자였던 동업자의 후배가 비옷의 습격자 중 한 명으로 의심되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런데. 수사가 답보 상태에 빠지자 경찰은 현상금을 걸고 제보자를 찾아나섰습니다. 녹음기를 물증으로 제시한 남성. 녹음된 음성의 주인공은 다름 아닌 피해자의 동업자였습니다. 체포영장을 발부받은 경찰이 동업자를 주거지에서 체포했습니다. 사건 발생 3일 전, 동업자는 두 명의 후배에게 전자충격기를 건네며 범행을 사주했다고 진술했습니다. 그리고 사건 발생 당일 피해자의 동선을 파악해 몰래 현장으로 잠입했고 집으로 돌아온 피해자를 공격한 뒤 도주했다고 합니다.
철저하게 계획된 범행에 속수무책으로 당할수밖에 없던 피해자. 경찰은 끈질긴 추적으로 도주했던 실행범을 모두 체포해 결국 사건을 해결했습니다. 교사범의 진술과는 달리 살인을 목적으로 저지른 범행이라고 판단한 법원은 교사범과 실행범 모두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습니다. (사진=SBS '모닝와이드' 화면 캡처)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