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을 방문 중인 존 볼턴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보좌관은 시리아에서 미군의 철수 조건으로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 격퇴와 쿠르드족 안전 확보를 제시했습니다.
볼턴 보좌관은 현지시간 6일 예루살렘에서 이스라엘 관리들과 회동을 앞두고 기자들과 만나 "철군 조건으로 우리가 달성하기 바라는 목표가 있다"며 "이 조건에는 시리아 내 IS 잔당을 물리치고 극단주의 세력에 맞서 미군과 함께 싸워온 쿠르드 반군을 보호하는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볼턴 보좌관은 이어 "터키는 미국의 협력자인 쿠르드 대원들의 안전을 보장해야 한다"며 "터키가 미국 동의 없이 군사적 행동을 할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고 강조했습니다.
볼턴 보좌관은 다만 시리아에서 미군 철수 일정이 정해진 것은 아니지만 미군이 무기한으로 주둔하지 않는다고 밝히고 "(미군 철수) 시간표는 우리가 이행할 필요가 있는 정책 결정에 달렸다"고 말했습니다.
볼턴 보좌관의 발언은 미군 철수가 천천히 진행될 것이라는 점을 공개적으로 처음 확인한 것이라고 AP는 평가했습니다.
특히 볼턴 보좌관의 언급은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달 19일 시리아 주둔 미군을 30일 내에 철수시키겠다고 발표할 당시 대통령이 삭제했던 대목이라고 뉴욕타임스(NYT)는 언급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대통령 별장인 캠프데이비드로 출발하기 직전에 기자들과 만나서도 "우리가 그렇게 빨리 철군하겠다고 한 적이 없다"고 말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시리아 철군' 기한을 당초 1개월에서 4개월로 늘린 적이 있으나, 볼턴 보좌관이 두 가지 조건을 제시함에 따라 이 기한이 연장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고 NYT는 분석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표 이후 미국의 동맹 세력이 큰 혼란에 빠진 가운데 미국의 우방 이스라엘은 시리아에서 이란의 영향력이 확대될 것을 우려하고 있고 IS 격퇴 문제를 놓고 미군과 연합군을 형성해온 쿠르드족의 미래도 불투명해진 상태입니다.
쿠르드족은 그동안 민병대인 '인민수비대'를 조직해 시리아에서 IS 격퇴전을 수행해왔으며, 터키는 쿠르드 민병대를 자국 내 분리주의 무장단체 '쿠르드노동자당' 분파 테러조직으로 규정하고 척결을 공언해 왔습니다.
5일 밤 이스라엘에 도착한 볼턴 보좌관은 6일 저녁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와 만찬한 뒤 7일 터키로 건너가 8일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을 예방할 예정입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지난 달 트럼프 대통령과의 전화통화에서 "IS가 격퇴된 만큼 미군이 더이상 쿠르드 공군을 지원할 필요가 없다"고 주장한 바 있습니다.
이와 관련, 조지프 던퍼드 미국 합참의장은 금주 중으로 터키 당국자들을 만나 쿠르드족 보호문제를 논의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