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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 보우소나루 親 이스라엘 행보 가속…아랍권과 갈등 불가피

입력 : 2018.11.29 04:32|수정 : 2018.11.29 04:32


자이르 보우소나루 브라질 대통령 당선인의 친(親) 이스라엘 행보가 계속되고 있다.

새 정부 출범 후 아랍권과 갈등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28일(현지시간) 국영 뉴스통신 아젠시아 브라질 등에 따르면 보우소나루 당선인은 이날 오전 브라질리아에서 요시 셸리 브라질 주재 이스라엘 대사를 만났다.

보우소나루 당선인이 이스라엘 대사를 만난 것은 지난달 말 대선 승리 이후 한 달 만에 이번이 두 번째다.

보우소나루 당선인의 측근은 이날 대화 내용을 공개하지 않았으나 이스라엘 주재 브라질 대사관 이전 문제를 협의한 것으로 보인다.

미국을 방문 중인 보우소나루 당선인의 아들 에두아르두 보우소나루 연방하원의원은 전날 브라질 새 정부가 이스라엘 주재 브라질 대사관을 텔아비브에서 예루살렘으로 옮길 계획을 세웠다고 밝혔다.

에두아르두 의원은 워싱턴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맏사위 재러드 쿠슈너 백악관 선임고문을 만나고 나서 이같이 말했다.

앞서 보우소나루 당선인은 기자회견을 통해 "대사관 이전 문제는 아직 결정된 게 없으며, 새해 1월 1일 취임하고 나면 답변을 들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수도를 어디로 할 것인지는 그 나라 정부가 결정할 일"이라면서 "만일 브라질이 지금 이스라엘에 대사관을 설치한다면 예루살렘이 될 것"이라고 말해 대사관 이전을 강행할 뜻을 시사했다.

보우소나루 당선인은 이달 초 대사관 이전 의사를 밝혀 아랍권의 거센 반발을 샀다.

팔레스타인해방기구(PLO)의 고위 간부는 대사관 이전이 중동지역 안정을 해칠 것이라고 경고했고, 팔레스타인 가자지구를 통치하는 무장 정파 하마스는 대변인을 통해 "팔레스타인인과 아랍 세계, 무슬림을 향한 적대적인 조치로 간주한다"고 밝혔다.

아랍권 22개국으로 구성된 아랍연맹(AL)은 이집트 주재 브라질 대사관에 항의 서한을 전달했다.

예루살렘은 유대교와 기독교뿐 아니라 이슬람에서도 성지로 간주한다.

이스라엘이 1967년 제3차 중동전쟁(6일 전쟁)에서 승리해 팔레스타인을 내쫓고 점령한 곳으로 국제법상 어느 나라 영토도 아니다.

팔레스타인은 예루살렘을 미래의 수도로 여기고 있다.

한편, 브라질 재계는 보우소나루 당선인의 친 이스라엘 행보에 우려를 표시하고 있다.

올해 1∼9월 브라질은 아랍권에 30억 달러 무역흑자, 이스라엘에는 5억 달러 무역적자를 기록했다.

대사관 이전이 이뤄지면 브라질과 아랍권의 통상관계가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도로·철도·전력 등 인프라 분야에 대한 아랍권의 투자도 전면 보류될 수 있다.

아랍-브라질 상공회의소의 후벤스 하눈 소장은 전 세계 국부펀드의 40% 이상이 아랍권에 있다는 사실을 언급하면서 "아랍권은 브라질의 도로·철도·전력 등에 대한 투자에 관심이 있으나 대사관 이전으로 투자 계획이 취소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인프라 확충은 보우소나루 당선인이 이끌 새 정부의 최우선 관심사 가운데 하나라는 점에서 아랍권의 반발을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연합뉴스/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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