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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반도체 원조' 쫓겨나듯 미국으로 떠난 사연

입력 : 2018.11.20 08:43|수정 : 2018.11.20 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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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보다 먼저 반도체를 만든 원조가 있습니다. 73년 강기동 박사가 설립한 '한국 반도체 주식회사'입니다. 하지만 그는 회사를 나와 미국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었다는데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서울대 공대를 졸업 후 오하이오 주립대에서 석박사를 취득한 강 박사는 62년 미국 모토로라사 반도체 연구소에서 일했습니다.

당시 미국은 소련과 핵무기 경쟁을 벌였고 그는 핵미사일에 탑재되는 컴퓨터 반도체 관련 연구를 주도했습니다.

[강기동/한국반도체주식회사 설립자 : 미니트맨2 (미국의 핵미사일)에 컴퓨터가 들어가 있어요. 핵심 부품이죠. (그걸) 제가 만든 거예요.]

강 박사는 그때 개발한 반도체 제조기술을 갖고 귀국했고 그가 가져온 기술로 처음 만든 제품은 전자 손목시계용 칩으로 한국에서 생산된 최초의 반도체였습니다.

[강기동/한국반도체주식회사 설립자 : (당시) 제품이 굉장히 팔렸어요. 420만 불(현재 가치 약 180억 원)어치를 팔았어요. 그러면 대성공한 거 아니에요.]

하지만 중동에서 전쟁이 터지고 유류 파동이 일어나면서 투자자들은 빠져나갔습니다. 대출 연장도 무산돼 부도 위기에 몰린 회사를 매각해야 했습니다. 이때 삼성이 나타났는데요.

[강기동/한국반도체주식회사 설립자 : 이병철(당시 삼성 회장)이 50만 불을 내고 50%를 인수했지만…]

합병 후 파견된 삼성 임원들과 일하다 갈등이 불거졌고 모함을 버티다 못해 퇴사할 수밖에 없었다고 주장합니다. 결국, 쫓겨나듯 미국으로 돌아갔는데.

[강기동/한국반도체주식회사 설립자 : (미국에서) 취직할 데가 없어요. 제일 무서운 게 반도체 공장은 근처에 갈 수가 없어요. 금지된 미국 국방 기술의 해외유출. 그건 스파이 행위라고…]

재능을 살려 전자제품 수리상을 열었지만, 쉽지 않았습니다. 가족관계는 나빠졌고 고국에서 들려오는 삼성 반도체 소식은 더 씁쓸하게 느껴졌습니다.

[강기동/한국반도체주식회사 설립자 : 정말… 이 순간까지…]

40년이 지난 지금 그는 세월을 되돌아보며 지난 일을 이제는 이해한다고 합니다. 평생 삼성전자를 미워했지만, 그는 반도체 산업을 더 키워달라는 부탁을 남겼습니다.

비록 돈도 명예도 얻지 못했지만, 그가 없었다면 지금의 대한민국 반도체 산업도 존재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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