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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빈 2심 선고 이틀 앞으로…롯데 운명 '갈림길' 놓여

입력 : 2018.10.03 06:34|수정 : 2018.10.03 06:34


롯데그룹 신동빈 회장의 2심 선고가 이틀 앞으로 다가오면서 재계 5위 그룹인 롯데가 긴장감 속에서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구속 8개월을 맞은 신 회장은 오는 5일 오후 항소심 선고 결과에 따라 구속 상태가 유지되거나 석방될 수 있다.

롯데는 신 회장이 석방될 경우 경영 정상화에 속도를 내고 대규모 투자 등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구속 유지로 총수 부재 상태가 1년 이상 장기화한다면 심각한 경영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 무죄 석방 시

롯데 개혁 가속 관측 3일 재계 등에 따르면 신 회장은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면세점 특허 취득을 청탁하는 대가로 최순실 씨가 지배한 K스포츠재단에 70억원을 추가 지원한 뇌물공여 혐의로 지난 2월 1심에서 징역 2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구속 됐다.

2심 재판부는 신 회장이 총수 일가에 500억 원대 '공짜 급여'를 지급하게 하는 등 횡령·배임을 저지른 경영비리 사건까지 통틀어 선고를 하게 된다.

지난 8월 검찰은 신 회장에게 징역 14년을 선고해달라고 항소심 재판부에 요청했다.

경영비리와 국정농단 사건 1심에서의 구형량과 같다.

신 회장은 최후 진술에서 "(대통령으로부터) 누가 보더라도 이상하고 부당한 요구를 받았으면 거절할 명분이라도 있겠지만 저희가 요청받은 건 올림픽 선수 육성을 위한 것이었다"면서 K스포츠재단 추가 지원이 뇌물이 아니라 사회 공헌 차원이었다고 주장했다.

이런 주장이 받아들여져 무죄 석방될 경우 신 회장과 롯데그룹은 형제간 경영권 분쟁과 검찰수사 및 재판 등으로 인해 떨어진 국민 신뢰회복을 위해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신 회장은 앞서 2016년 10월 경영비리 관련 검찰수사가 끝난 뒤 롯데그룹 개혁안을 발표한 바 있다.

그는 2017년부터 5년간 7만명 신규 채용 및 총 40조원 투자 계획과 더불어 회장 직속 준법경영위원회 신설, 과거 정책본부 축소 재편, 호텔롯데 상장, 지주사 체제 전환 등 그룹 체질 개선을 약속했다.

이 때문에 이번에 무죄로 나온다면 신 회장이 국민 신뢰회복을 위해 2016년 개혁안과 같은 청사진을 내놓을 것으로 재계는 전망하고 있다.

또 한국 롯데의 중간지주회사 격인 호텔롯데 상장을 통해 일본 지분율을 낮추는 동시에 지배구조 개편에 속도를 내고, 금융 계열사 정리 등으로 지주사 체제 구축에도 힘을 실을 것으로 보인다.

◇ 집행유예 석방 시

활동제약 속 그룹 정상화 노력 예상돼 롯데는 집행유예를 통해서라도 8개월째 이어진 총수 공백이 더는 길어지는 것은 피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조심스럽게 내고 있다.

롯데쇼핑 등 롯데 계열사 노동조합 집행부도 최근 항소심 재판부인 서울고법에 오는 5일 항소심 선고에서 신 회장을 석방해달라는 탄원서를 제출했다.

집행유예라 할지라도 일부 유죄가 인정된다면 대법원 상고를 거쳐야 하는 상황이므로 신 회장이 적극적으로 활동하기는 어렵지만, 경영 정상화는 이뤄질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신 회장이 석방된다면 총수 부재로 미뤄왔던 인도네시아 유화단지 투자 결정, 인수합병 등이 우선 검토될 것으로 예상된다.

또 중국 사업 등 해외 사업에 대한 전반적인 점검 등 당면 현안들에 대해서도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

집행유예로 석방되더라도 신 회장은 국민 신뢰회복을 위한 노력을 할 것으로 관측된다.

◇ 구속 유지될 경우

'롯데호' 표류 장기화 2심에서도 실형 선고를 받고 신 회장의 구속 상태가 유지된다면 지난 8개월 간 주요 의사결정이 사실상 '스톱' 상태였던 롯데그룹의 경영 차질이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롯데는 올해 들어 국내외에서 10여 건, 총 11조원 규모의 인수·합병(M&A)을 검토·추진했으나 신 회장의 부재로 인해 이를 포기하거나 무기한 연기한 상태다.

황각규 롯데지주 부회장을 중심으로 한 비상경영위원회가 있지만, 대규모 투자가 수반되고 전략적 접근이 필요한 해외 진출이나 신규사업 진출은 최종 의사결정권자인 신 회장의 부재 중에 진행되기 어려운 상황이다.

재계에서는 신 회장의 구속 상태가 계속된다면 글로벌 경제환경이 시시각각 변화하고 주요 기업이 대규모 투자를 통한 신성장동력을 만드는데 집중하는 상황에서 롯데가 회복하기 힘든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또한 총수 공백이 길어질수록 보수적인 투자사들의 투자 및 보증이 어려워지고, 이로 인해 롯데의 재정 건전성에도 적신호가 켜질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이에 더해 신 회장의 공판 결과에 따라 월드타워점의 면세점 특허가 취소될 수도 있다는 전망까지 나오면서 내부 직원들의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자칫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과의 경영권 분쟁의 불씨가 되살아날 수 있다는 점도 롯데가 우려하는 부분이다.

재계 관계자는 "그룹 총수의 부재가 1년 이상 장기화한다면 이를 회복하는 데는 10년 이상 걸릴 수 있다"며 "롯데가 과연 이겨낼 수 있을지 의문이다"라고 말했다.

(연합뉴스/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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