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pick] 인도네시아에서 괌까지..49일간 1,920km표류하다 구조된 청년](https://img.sbs.co.kr/newimg/news/20180927/201232570.png)
인도네시아 북쪽 술라웨시 섬에서 130km 떨어진 바다 위. 끝없이 출렁이는 바닷물 위에, 판자로 얼기설기 지은 오두막을 얹은 뗏목 한 척이 떠 있었습니다.
이른바 '롬퐁'. 뗏목 아래 물 속으로 야자나무 잎 등을 드리워 인공어초같은 환경을 만들고 거기에 이끌려 들어온 물고기를 덫에 가두는 인도네시아 전통 어업 도구입니다.
바다 밑바닥에 던져진 콘크리트 덩이에 밧줄로 매어 있을 뿐, 롬퐁에는 자체적인 동력이 없습니다. 일종의 멍텅구리 배인건데 그런 롬퐁에, 청년이라 해야할지 소년이라 해야할지 모를 18살 아딜랑이 타고 있었습니다.
아딜랑은 3년 전인 열다섯 살 때부터 해안에서 100km 넘게 떨어진 바다 위 롬퐁에서 일했습니다. 롬퐁 뗏목 위에 있다가 밤이 되면 물고기를 모으는 조명을 켜는 게 그의 임무였습니다.
롬퐁 50대를 바다위에 띄워놓은 선주는 일주일에 한번, 보급선을 보내 식량과 물, 불을 밝히고 밥을 하는데 필요한 연료 등의 보급품을 아딜랑에게 주고 롬퐁 아래 덫에 걸린 물고기들을 걷어갔습니다.
가끔은 바다가 거칠어지고, 아딜랑이 탄 롬퐁을 바다 밑바닥에 고정시켜 둔 줄이 끊어졌습니다.
지난 3년간 두번, 그렇게 아딜랑은 바다위를 떠돌았지만, 그때마다 곧 선주가 보낸 보트가 와서 그를, 아니 그가 탄 롬퐁을 원위치에 고정시켰습니다.
지난 7월 14일 아침에도 폭풍이 밀려오기 시작했습니다. 이번엔 달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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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7시, 밧줄이 끊어지면서 아딜랑의 롬퐁은 북쪽 태평양으로 정처없이 떠밀려 갔습니다.
선주가 보낸 보트가 그를 구해주길 기다렸지만 다음날도, 그다음날도 보트는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표류 닷새째, 그가 움켜쥐고 있던 무전기가 신호를 잡지 못하기 시작했습니다.
무전기가 태양광 충전방식인 게 그나마 다행이었지만, 일주일이 지났습니다. 식량과 연료가 떨어졌습니다. 아딜랑은 생선을 먹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엔 롬퐁의 판자를 뜯어서 그걸 태워 생선을 구웠지만, 나중엔 날걸로 먹어야 했습니다.
더 큰 문제는 식수였습니다. 바닷물을 그냥 마시면 갈증이 심해져서 결국 목숨을 잃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아딜랑도 알고 있었지만, 그렇다고 마시지 않을 수도 없었습니다.
보급선이 주고 간 물을 하루 세 모금씩만 마시며 버티던 그는, 결국 바닷물을 조금씩 마시기 시작했습니다.
대신, 그냥 마시지 않고 옷을 바닷물에 적셨다가 나중에 조금씩 짜서 물기로 입을 축였습니다. 입으로 들어가는 소금을 줄이기 위해서였습니다.
시간은 끝없이 흘렀습니다. 적어도 열 차례나 큰 배가 근처로 지나갔지만 아무리 무전기에 대고 소리를 지르고 옷을 벗어 흔들어도 그냥 지나쳐 갈 뿐이었습니다.
가끔은 상어 지느러미가 그의 뗏목을 맴돌았습니다. '그냥 물에 몸을 던질까….' 너무나 힘들어 그런 생각에 시달릴 때면 기도로 마음을 다잡았습니다.
그리고 표류 49일째 되던 날. 기적이 나타났습니다. 그동안 아딜랑은 인도네시아에서 괌 근처까지 1천920km를 표류한 상태였습니다.
8월 31일 아침. 괌 해역을 지나던 파나마 선적의 화물선 MV 아르페지오 호에 "살려달라!"는 무전이 잡혔습니다. 아딜랑의 태양광 무전기에서 날아온 애타는 외침이었습니다.
아르페지오 호의 선장은 배를 돌려 무전의 주인공을 구하기로 마음 먹었습니다. 하지만 바다가 거칠어서, 구조는 쉽지 않았습니다.
화물선은 아딜랑의 롬퐁을 네 차례나 맴돌며 로프를 던졌지만 뗏목에 닿지 않았습니다.
이대로 계속되면 결국 구조를 포기해야 할 상황. 아딜랑은 높은 파도 속으로 몸을 던져 필사적으로 화물선을 향해 헤엄쳤습니다.
결국 아딜랑은 선원들이 내려준 줄사다리에 매달리는 데 성공했습니다.
표류 천9백20km, 49일 만이었습니다.
지난 9월 9일 드디어 인도네시아로 돌아가 가족의 품에 안긴 아딜랑은, 몰려든 기자들에게 "더이상은 뗏목 지키는 거 싫어요. 다른 일을 알아볼 거예요."라고 말했습니다.
(사진=뉴욕 포스트 홈페이지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