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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아 내전 '최후의 일전' 앞둔 이란-러-터키 '동상이몽'

입력 : 2018.09.07 05:18|수정 : 2018.09.07 05:18


7년여간 이어진 시리아 내전을 사실상 마무리 짓는 이들립 주(州) 전투를 목전에 두고 이란과 러시아, 터키 등 3국 정상이 7일(현지시간) 이란 테헤란에 모인다.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가 시리아 내전에 소극적인 사이 이들 3개국은 시리아 내전에 가장 깊숙이 개입한 주요 '플레이어'가 됐다.

주변 열강의 개입이 커지면서 시리아 내전은 정부와 반정부 세력이 무장 충돌하는 내전의 일반적인 양상과는 달리 이들의 대리전으로 진행됐다.

공교롭게 3개국 모두 미국의 경제 제재 대상국이기도 하다.

시리아 북서부 이들립 지역이 반군의 최후 거점인 만큼 마치 이라크 모술처럼 이를 탈환하는 작전이 어느 쪽이 원하는 방향으로 진행되는지에 따라 지정학적으로 중동의 중심인 시리아에서 차지하는 지분이 달라진다.

향후 중동 정세의 지형이 결정되는 셈이다.

이 때문에 7일 열리는 3자 정상회담에 전 세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시리아 내전은 피아가 구분되지 않고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힌 만큼 이날 정상회담에서 어떤 결론이 나올지는 쉽게 단정할 수 없다.

정상회담을 앞두고 각국의 외무, 국방장관이 부지런히 상대 국가를 방문하면서 사전 조율했지만, 이견을 좁힌 분위기는 아니다.

시리아 정부를 가장 강력하게 지원하는 이란과 러시아는 일단 반군을 '테러조직'이라고 규정하면서 강력한 군사작전을 벌일 태세다.

이들립에 거주하는 반정부 성향의 민간인 300만명의 생사가 위험하다는 국제 사회의 우려와 비판이 커지지만, 그간 두 나라가 중동에서 치른 전투를 돌아보면 이런 시각엔 크게 개의치 않을 공산이 크다.

러시아는 이미 이들립 지역에 대한 공습을 시작했고 지중해에 군함 10척과 잠수함 2척을 증파했다.

러시아 외무부는 6일 "그곳이 알레포든 이들립이든 우리는 테러분자를 죽였고, 또 죽일 것이다"라며 일전 불퇴의 의지를 다졌다.

이란 국방부 역시 5일 "시리아의 완전한 승리는 아직 절반밖에 이루지 못했다"며 "시리아에서 군사작전을 계속 강력하게 전개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 시리아 반군이 이들립으로 화학무기를 반입한다는 정보도 입수했다고 주장했다.

미국이 시리아 정부군의 반군 지역 탈환 작전때마다 화학 무기 사용을 문제삼은 만큼 이를 사전 차단하겠다는 의도다.

반면 터키는 이란, 러시아와는 다른 입장이다.

터키는 시리아 정부가 아닌 이와 대치한 이들립의 반군을 오랫동안 지원한 때문이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7일 정상회담에서 민간인 보호를 명분삼아 이란, 러시아의 강경한 군사작전에 제동을 걸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들립 전투가 격화할수록 지리상 가깝고, 시리아 정부를 반대하는 터키로 대규모 난민이 몰려올 수 있어서다.

터키는 이미 시리아 내전 난민 350만명을 받았다.

특히 이들립에는 시리아인이 아닌 국적의 '외인 조직원'이 섞일 수 있다.

수천명으로 추산되는 이들은 대부분 이슬람국가(IS)나 알카에다의 극단적 이슬람주의를 추종하는 것으로 분류된다.

터키 정부는 이들의 유입도 매우 우려한다.

이 때문에 터키가 자신에 우호적인 이들립 내 반군을 유지하면서 이들을 이용해 반군 세력의 무력행위를 중단시키는 동시에 시리아 정부가 일부 지역만 되찾도록 하고 나머지는 중립 지대로 하자는 의견을 낼 수 있다고 전망하는 전문가들도 있다.

그러나 이들립에는 알카에다의 분파뿐 아니라 여러 성향의 무장조직이 뒤섞여 반군이라는 두루뭉술하고 단순한 이름으로 불린다.

터키는 이들 가운데 자신이 지원했던 무장조직을 '온건한 반군'이라고 칭하지만 과연 이들을 명확히 구분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이들립 전투만 놓고 보면 터키가 이란, 러시아의 공동 전선에 맞서는 구도이지만 외부 요인을 함께 고려하면 꼭 그렇게 볼 일만은 아니다.

미국의 강력한 경제 제재 복원으로 고사 위기에 처한 이란은 인접국 터키와 관계를 원만하게 해놓지 않으면 경제난이 매우 심각해질 수 있다.

이들 두 나라는 정치·외교·역사적으로는 반대 진영일 때가 많았지만 경제적으로 매우 밀접하다.

2012년 미국과 유럽이 대이란 경제 제재를 부과했을 때도 터키는 이란의 제재 우회로였다.

대신 터키는 부족한 천연가스를 이란에 의존한다.

시리아 내전에서 군사적으로 밀접한 이란과 러시아는 시리아의 전후 재건 사업에서 경쟁 관계가 될 수 있다.

양국 모두 6일 시리아 재건사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게다가 사우디아라비아, 이스라엘과 중동 패권을 놓고 경쟁하는 이란으로선 이들 국가와 가까운 러시아가 시리아에서 주도권을 쥐는 상황이 달갑지 않다.

미국은 이란군이 시리아에서 철수하는 데 러시아가 중요한 역할을 하길 바란다.

이란군의 시리아 주둔은 미국의 맹방 이스라엘에 가장 예민한 안보 사안이어서다.

이스라엘은 이란군이 주둔한다고 주장하면서 시리아 남부 군사기지를 여러 번 공습했다.

러시아는 심지어 이란의 적대국인 사우디와 무기거래도 추진 중이다.

이란으로선 차라리 쿠르드족을 제압해야 한다는 공통분모가 있는 터키가 시리아 북부에서 세력을 어느 정도 유지해 러시아를 견제하는 균형자 역할을 하는 게 유리하다.

미국의 제재를 돌파해야 하는 러시아도 최근 터키가 미국과 반목하는 상황을 교묘히 이용해 중동과 유럽 모두 영향을 끼치는 터키를 우군으로 삼을 필요가 있다.

7일 3자 정상회담에서 이란과 러시아가 터키의 의견을 무시할 수 없는 이유다.

이런 복잡한 관계 탓에 이번 3자 정상회담에서 실질적 결론이 나오는 대신 시리아의 주권을 존중하고 민간인 피해를 최소화하자는 선언적 성명만 나올 것이라는 비관론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3국 정상은 지난해 11월과 올해 4월 러시아 소치, 터키 앙카라에 이어 이번에 3번째로 테헤란에서 만난다.

고차 방정식 같은 3국의 물고 물리는 이해관계 속에서 이들은 시리아 여러 지역에서 전투를 중단하는 '긴장완화 지역'에 합의했지만 번번이 무산되고 말았다.

터키가 지원했던 반군이 장악한 지역을 시리아 정부군이 이 지역을 공격해 탈환했고, 합의 당사국인 이란과 러시아는 이를 사실상 방관했기 때문이다.

유엔의 시리아 담당 특사 스테판 데 미스투라는 6일 "러시아, 터키, 이란 3개국이 이들립의 민간인에 희망을 전하기 바란다"며 "이들립에는 테러분자보다 아기가 더 많고 어린이만 100만 명이 있다"고 호소했다.

미스투라 특사는 7일 3자 정상회담에서 실질적 결실을 맺지 못하면 10일께 러시아와 시리아군이 이들립 탈환작전을 개시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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