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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다리 붕괴 참사, 부실관리 가능성…성수대교와 닮은꼴?

입력 : 2018.08.15 16:43|수정 : 2018.08.15 16:43


14일(현지시간) 최소 35명의 목숨을 앗아간 이탈리아 리구리아 주 모란디 다리 붕괴 사고의 원인으로 부실 관리 등의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영국 BBC 방송은 사고 원인을 분석하는 기사에서 유지·관리 문제, 설계 결함, 과도한 통행량 등 3가지 가능성을 짚었다.

영국 소재 구조공학자협회 회장을 지낸 교량 전문가 이언 퍼스는 B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이 다리처럼 주요 교량은 자격 있는 엔지니어들이 정기적으로 점검과 유지·관리 작업을 해야 한다"며 "역사적으로 다리 붕괴 사고에서 부실한 유지·관리가 원인일 때가 종종 있다"고 말했다.

사고 당시 이 다리의 보수 작업이 진행 중이었다는 사실도 이런 가설을 뒷받침한다.

모란디 다리와 연결된 고속도로를 운영하는 민간 회사 '아우토스트라데 페르 리탈리아'는 교량 기초를 강화하는 보수 작업을 진행 중이었다고 밝혔다.

퍼스 전 회장은 영국 일간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는 "긴장재(緊張材)와 보강재의 부식이 원인이 됐을 수 있다"며 "추가로 진행 중이던 공사가 부분적인 붕괴 원인일 수도 있다"고 진단했다.

1967년 건설된 모란디 다리에서는 1970년대 이후 잦은 보수 공사가 이뤄졌으나, 이 다리를 이용하는 통행량을 견디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가 계속 제기돼 왔다고 가디언은 보도했다.

일간 데일리메일에 따르면 1990년대 초에는 현수 케이블을 교체하는 작업을, 2016년에는 대대적인 구조 변경 공사를 진행하기도 했다.

애초부터 설계에 문제가 있다는 주장도 일찌감치 나왔다.

이탈리아 제노바 대학의 구조공학자인 안토니오 브렌시크 교수는 2016년 지역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모란디 다리를 '엔지니어링의 실패'로 규정한 뒤 "그 다리는 잘못됐다. 이른 시일 안에 교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브렌시크 교수는 이 다리를 설계한 리카르도 모란디가 강화 콘크리트의 노후 방식을 잘못 계산했다면서 "그는 훌륭한 통찰력을 갖춘 엔지니어지만 실질적인 계산이 부족했다"고 말했다.

통행량과 날씨 문제도 이번 사고에 영향을 줬을 가능성이 있다.

운영회사는 지난 2011년 보고서에서 "이 다리를 이용하는 통행량이 교량 구조의 약화를 유발한다"고 스스로 진단한 바 있다.

BBC 방송에 따르면 매년 2천500만 대의 자동차가 이 다리를 이용한다.

퍼스 전 회장도 "통행량 증가의 결과가 다리 붕괴에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며 "이 다리는 과도하게 사용됐다"고 지적했다.

여기에 더해 최근 이 지역에서 발생한 폭풍우가 간접적인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된다고 가디언은 보도했다.

이와 같은 사고 요인들은 1994년 성수대교 붕괴와 크게 다르지 않아 더욱 주목된다.

당시 서울지검이 사고 원인과 문제점, 대책 등을 정밀 분석해 발간한 '성수대교 붕괴사고 원인 규명 감정단 활동백서'를 보면 "최초 원인을 제공한 트러스 수직재의 용접 불량과 유지 관리의 부실"을 주요 원인으로 꼽았다.

성수대교는 완공된 지 불과 15년 만에 붕괴했다는 점에서 미관을 강조한 건설 방식과 공사 과정에 문제가 있었을 가능성도 제기된 바 있다.

또 성수대교는 사고 전까지 하루 평균 10만 대의 차량을 소화하던 다리였다.

따라서 유지·관리가 부실했고, 차량 통행이 많았으며, 설계 또는 시공상의 문제가 있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는 점에서 두 사고에는 비슷한 점이 많다고 볼 수 있다.

이번 사고가 인재(人災)일 가능성이 짙어지는 가운데 이탈리아 제노바 검찰청은 과실 여부를 가리기 위한 범죄 수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연방검찰청 역시 조사에 나설 계획이다.

아울러 이탈리아 교통부는 모란디 다리처럼 1950∼1960년대 전후 건설 붐을 타고 지어진 교량 등의 노후 인프라 안전 문제를 종합 점검하기로 했다.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 보도를 보면 이탈리아에서는 지난해 아드리아 해 주변 고속도로 위를 지나는 교량이 무너져 2명이 숨졌고, 2016년 밀라노 북쪽의 다리가 무너져 1명이 숨지는 등 비슷한 사고가 잇따르고 있다.

한편, 뉴욕타임스(NYT)는 이번 사고를 계기로 역사상 최악의 7대 인프라 붕괴사고를 정리하면서 1995년 삼풍백화점 붕괴를 그중 하나로 꼽았다.

NYT는 500명 이상의 목숨을 앗아간 삼풍백화점 사고에 대해 붕괴 전 구조상 균열이 발견됐는데도 경영진이 대피 명령을 내리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이밖에 1907년 캐나다 퀘벡 다리 붕괴, 1928년 미국 캘리포니아 댐 붕괴, 1981년 미국 캔자스시티 호텔 통로 붕괴, 1987년 미국 뉴욕주 고속도로 다리 붕괴, 2007년 미국 미네소타 고속도로 다리 붕괴, 2013년 방글라데시 의류공장 붕괴 등이 7대 사고에 이름을 올렸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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